IT 정보통신

시대 못따라가는 포털 규제, ICT산업 영역 재정립 시급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28 16:36

수정 2014.10.28 22:15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국내 대형 포털사의 높아지는 영향력을 규제해야 한다는 국회의 지적에 따라 정부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곳곳에 걸림돌이 산적해 쉽지 않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포털사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터넷 시장의 범위와 참여기업을 정확하게 규정해야 하지만, 모든 통신서비스가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 시장의 범위조차 정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정작 국내 포털사에 대한 규제방안을 마련할 경우 실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구글이나 애플 같은 해외사업자는 규제가 어려워 국내사업자 역차별 논란에 대한 걱정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포털사에 대한 규제정책은 단편적 인터넷시장 규제정책이 아니라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전체의 사업자 구분과 역할부터 재정립하고, 시장 질서를 새로 짜는 중장기 ICT 새 판 짜기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발 포털 규제 카드 부상

28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은 70%를 넘어섰고,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톡은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95%를 점유하고 있다.

전날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대형 포털사들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 반독점과 시장지배력 등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공정거래 환경을 확보한다거나 생태계를 건전하게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경쟁상황을 잘 평가해 이것을 관리할지 세심하게 살펴보고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최 장관의 이 같은 답변에도 불구하고 포털사에 대한 규제는 검토 단계부터 정리할 사안이 많아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단순하게 법 집행을 할 수 없는 만큼 정확한 근거를 토대로 시장지배력 여부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대, 시장 구분 어려워

그러나 스마트폰 대중화 이후 사실 모든 통신서비스는 인터넷 서비스가 됐다. 당장 검색시장만 하더라도 네이버의 검색 외에도 전화번호만 검색해 음식점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검색영역에 포함해야 하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또 기존에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사업을 할 수 있던 기간통신 영역의 음성통화 역시 인터넷만 연결되면 누구라도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스카이프가 대표적 사례다.

미래부 관계자는 "분명하게 네이버나 다음카카오와 같은 경우 시장에서 지배력을 남용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문제는 그것이 어느 시장에서 어떤 힘을 가지고 지배력을 발휘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연구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역차별 논란 신경 쓰여

여당의 국내 포털사 규제 주장과 달리 야권에선 구글 등 해외기업에 대한 국내 ICT기업의 역차별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장병완·홍종학 의원이 각 상임위에서 역차별 이슈를 제기한 가운데 장병완 의원은 "현재 상황은 ICT산업 육성은 고사하고 국내기업이 해외기업과의 경쟁에서 역차별적 상황에 놓여 있다"며 "정부 여당이 나서지 않으니 야당이라도 나서 국내기업이 불공정 환경에서 구글 등 해외기업과 싸우는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ICT산업 지도, 새 그림 그려야

정책 전문가들은 국내 ICT산업의 영역 구분부터 완전히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경쟁의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1980년대 기간통신·부가통신·별정통신으로 나뉘어 통신 영역별로 시장 규모와 규제 강도를 정하고 있다"며 "그런데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ICT산업의 틀이 완전히 달라져 30년 전 만든 시장 규정으로는 규제도, 진흥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포털의 시장지배력도 정부가 세심히 들여다볼 문제지만 전체 ICT산업 정책을 다시 그리는 것이 가장 우선적 정부 과제"라고 조언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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