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日추가 양적완화 '후폭풍'] 엔저로 마진 높아진 일본기업, 수출가격까지 인하땐 '대재앙'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03 14:48

수정 2014.11.03 22:00

일본발 '엔저폭탄'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채산성이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됐다. 수출기업들은 국제시장에서 일본산 제품의 가격인하 공세에 시달리게 됐다.

특히 대일 수출물량이 많은 기업은 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이를 상쇄할 탈출구가 없는 상태다.

엔화가치 하락은 전자, 자동차, 선박, 석유화학, 철강 등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에 '재앙'이다.

3일 산업계에 따르면 산업연구원은 자동차, 철강, 가전, 섬유산업의 충격이 가장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업종은 주력 수출시장 및 경쟁 품목이 일본과 중첩되고 생산 대비 수출비중이 높으며 한·일 간 경쟁력 격차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 환율변동 대응능력이 약한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지금까지는 일본 기업들이 수출가격을 내리지 않는 대신 더 큰 이익을 축적하는 데 주력해 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수출기업에는 타격이 사실상 없었다. 지난해 일본의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인 1176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반면 한국은 오히려 441억달러의 사상 최대 흑자를 달성했다.

그러나 올해 지난해보다 확대된 양적완화로 인해 엔화 가치가 더 하락하면 일본 기업들이 수출가격 인하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전문가들은 엔화 환율을 달러당 120~130엔까지 예상하고 있다. 또 원·엔 환율은 연말까지 100엔당 900원 선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현수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위원은 '최근 엔저 이후 한.일 교역 비교'라는 보고서를 통해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의 엔고를 경험한 일본 기업들이 그동안 가격인하에 소극적이었으나 엔저가 장기화되면 가격을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전기전자산업에서 일본이 대대적 투자에 나설 경우 차세대 제품을 중심으로 현재의 대일 경쟁 우위도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타격도 심각해진다. 엔화 결제비율이 80%가량에 이르러 엔저폭탄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가 주일한국기업연합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적정 환율은 100엔당 1000원 이상이었다. 회원사들은 만일 엔저로 영업을 유지할 수 없게 되어 납품가격 인상을 요구하더라도 일본 기업들의 66%가 이를 거절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충격을 상쇄할 탈출구가 없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엔저현상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세환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정부 차원에서는 원·엔 환율 하락에 대한 대책으로 원·엔 직거래시장 개설이나 환변동보험료 지원 확대 등을 검토해야 한다"며 "우리 기업들도 스스로 한·일 기술협력, 일본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등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엔 직거래시장은 지난 1996년 10월 개설된 지 4개월 만에 유동성 부족으로 폐쇄된 바 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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