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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제2 단통법 우려.. "책값만 오를 것" 소비자 반발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05 19:04

수정 2014.11.05 22:27

3년 전인 지난 2011년 8월 출간된 '칼비테의 자녀교육 불변의 법칙'은 5일 인터넷 서점 예스24에서 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가격이 980원인 영향이 크다. 이 책의 정가는 9800원, 무려 90%가 할인됐다.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른 하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은 2년 전 출간된 책이다. 판매가는 7400원, 원가에서 50% 할인판매 중이다.

할인 기간은 이제 보름 남았다.
오는 21일부터 도입되는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두 책의 가격은 8820원, 1만3320원 이상으로 오른다. 21일 이후 이같은 대폭 할인은 더이상 만나볼 수 없다.

도서정가제 전면 시행을 둘러싸고 소비자 반발이 높아지는 이유다. 최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휴대전화 가격만 상승한 것을 들어 도서정가제가 '제2의 단통법'이 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21일 전면 도입되는 도서정가제의 주요 내용은 모든 종류의 책의 가격 할인선을 10%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포인트, 사은품 등으로 제공하던 간접할인도 5%로 제한된다. 그동안은 가격할인 10%와 간접할인 10% 등 정가의 19% 이내 할인이 허용돼 왔다.

또 그동안 출간 18개월 미만의 '신간'에만 적용되던 이 제도가 18개월이 넘은 '구간'에도 적용된다. 안팔리는 책을 80~90% 대폭 할인해 팔던 관행도 사라진다.

그동안 도서정가제 적용이 제외됐던 요리책 등과 같은 실용서나 초등 학습참고서도 모두 정가제가 적용된다.

도서 가격의 과도한 할인 경쟁을 막아 저자의 창작권을 보호하고 중소 출판사와 동네 서점의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 이 정책의 취지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는 크다.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소비자가 받는다. 자유롭게 할인율이 적용되던 구간과 실용서, 초등 학습참고서 등의 할인이 사라지니 결과적으로는 책 구입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과도한 할인 경쟁이 사라지면 책값이 자연스레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할인폭을 예상해 애초에 책값을 높게 책정하던 관행이 사라질 것이란게 그 근거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책의 정가가 할인된다 해도 80~90%씩 적용되던 할인율이 사라지는 것에 비하면 체감효과는 상당히 미미할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결과적으로 책값 부담을 느껴 제2의 단통법으로 느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도서정가제의 혜택은 오히려 대형 서점과 대형 출판사들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서점 한 관계자는 "대형 출판사와 온·오프라인 서점들은 VIP 고객을 작가와의 만남과 같은 이벤트에 초청하는 방식으로 경제적인 할인과는 별개의 혜택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며 "하지만 상대적으로 마케팅 여력이 적어 경품, 사은품으로 버텼던 중소 출판사와 동네서점은 타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대형 온라인 서점이 제공하는 무료 배송이나 제휴카드 할인 같은 혜택이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이 아니란 점도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정부는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지속적으로 시장을 감시하고 시장의 요구를 수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김희범 제1차관은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정된 도서정가제는 창작자와 출판사, 서점, 소비자 등 네 행위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최적의 조합이라고 판단했다"며 "시행 이후 이들 행위자 요구를 수용해 보완책을 고려하고 도서정가제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는지 면밀이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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