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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프런티어, 대한민국] (6) 로봇, 제2의 기계시대를 열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16 17:54

수정 2014.11.16 21:51

사람이 가르치면 그대로 작업 실행, 프로그래밍 필요 없는 로봇의 진화

리싱크로보틱스는 향후 10년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의 19세 인구가 30% 가량 줄면서 생산노동자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이에 사람 대신 백스터와 같은 로봇이 생산 현장에 활발하게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백스터에는'인테라(Intera) 3'라는 플랫폼이 탑재돼 로봇을 작업 현장에 맞게 훈련시킬 수 있다. 사진=리싱크로보틱스
리싱크로보틱스는 향후 10년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의 19세 인구가 30% 가량 줄면서 생산노동자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이에 사람 대신 백스터와 같은 로봇이 생산 현장에 활발하게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백스터에는'인테라(Intera) 3'라는 플랫폼이 탑재돼 로봇을 작업 현장에 맞게 훈련시킬 수 있다. 사진=리싱크로보틱스

[로봇프런티어, 대한민국] (6) 로봇, 제2의 기계시대를 열다

컴퓨터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로 우리의 정신적 능력이 강화되는 '제2의 기계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제2의 기계시대 서문 중 -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디지털비즈니스센터장 에릭 브린욜프슨은 최근 저서를 통해 "인류는 증기기관이 이끌어낸 산업혁명을 겪으면서 제1의 기계시대를 누렸다.
이제는 로봇 등 기타 디지털 기기들에서 만들어지는 진보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린욜프슨을 포함한 전문가들은 산업혁명의 특혜를 입은 제조업 분야에서 제2의 기계시대를 맞아 또 한번의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인간이 기계보다 '잘했던' 일

오늘날의 공장은 고도로 자동화돼 있지만 사람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하는일은 정말 로봇에게 적합한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 뿐인데 말이다.

전통적인 산업 자동화 설비는 매번 정확히 똑같은 위치에 놓이지 않는 병들을 처리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로봇공학자 한스 모라벡은 "지능검사나 서양장기에서 어른 수준의 성능을 발휘할 수는 있어도, 지각이나 운동 능력면에서 한 살짜리 아기 만한 능력을 갖춘 컴퓨터를 만드는 일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모라벡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오랜 세월동안 우수꽝스러울만큼 낮은 상태에 머물러있던 디지털 기술이 이제는 운전자 없이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기계가 따라오지 못했던 인간의 융통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로봇, 제2의 기계시대를 열다

최근 혁신적인 기업가들은 모라벡의 역설을 뒤흔들 준비를 차분히 하고 있다. 지적이면서도 융통성있는 기계가 노동의 가장 비용 효과적인 원천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리싱크 로보틱스의 창업자 로드니 브룩스는 고임금 공학자가 프로그래밍 할 필요없이, 공장노동자가 직접 해당업무를 가르치면 그대로 따라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 생각이다. 리싱크로보틱스의 백스터가 바로 그것이다. 백스터의 머리에는 사람을 볼 수 있는 LCD(액정표시장치) 얼굴이 있고, 몸통에는 집게가 달린 두개의 팔이 달려있다. 백스터를 훈련시키려면, 손목을 잡고 시키고자하는 작업과정에 따라 움직여주기만하면 된다. 아마존이 7억5000만달러가 넘는 현금을 주고 매입한 신생기업 키바는 로봇에게 창고안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키바로봇은 선반 밑으로 들어가 그것을 들어올린 뒤, 사람이 있는 곳으로 옮기게 된다. 사람이 선반에서 필요한 물품을 집으면 로봇은 가져온 선반을 들고 사라지며, 선반을 든 또 다른 로봇이 사람을 찾아간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저임금 노동시장을 찾아 해외로 공장을이전 하는 것은 자동화로 가는 길에 있는 정류장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제조용 로봇개발 박차

월드로보틱스에 따르면 전세계 로봇시장은 133억2900만 달러 규모다. 이중 제조업용 로봇의 비중은 65%로, 86억 8400만 달러규모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흐름에도 국내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요소기술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로봇생산비용을 낮추지 못해 가격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전 세계 제조용 로봇 수요의 70%를 담당하는 일본의 경우, 모터, 감속기와 같은 부품의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반면, 중국은 압도적인 규모의 내수를 바탕으로 성능은 우리나라의 로봇보다 떨어지지만,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에 국내업계는 독일의 쿠카나 일본의 야스카와 같은 주류업체가 만들어 파는 양산형 제품과 경쟁하는 대신, 맞춤형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의 박찬훈 박사는 " 중국 제조 기업의 로봇 발주 특성상, 기능과 요소를 넣고 빼는 과정에서 가격 조정이 이뤄진다"며 "국내기업은 이런 중국 수요에 대응하면서 입지를 높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박사는 "특히 국내 업계는 세계적 수준의 ICT(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지능기술이 해외에 비해 강한편"이라며 "기존의 로봇보다 좀더 지능적인 제조로봇을 만드는게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정부도 제조용 로봇 개발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그간 우리나라 로봇 연구개발 정책은 서비스용 로봇에 편중됐던 게 사실이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착수한 로봇산업융합핵심기술개발과제 내역(사업비 3287억원)을 보면, 전체 과제에서 서비스용 로봇 과제가 약 51%, 제조용 로봇 과제가 21%로 격차가 큰편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제조용 로봇 과제 비중을 내년에는 30% 이상으로 높이고 해마다 확대할 방침이다.

bbrex@fnnews.com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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