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국서 전동차 수입 가능할까

국내산업 보호 외면…박원순 정치부담


지하철·철도·모노레일 등 철도산업의 골간이 되고 있는 국내 전동차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메트로가 국내 전동차시장을 중국에 개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로템 및 전동차 부품 업체들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정부조달협정(GPA)에도 위배된다며 중국 국내진입을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내년 신규 전동차 200량을 도입하기 위해 2700억원의 예산을 세워놓고 이달 초 중국 전동차업체를 방문했다. 서울메트로는 이때 국내 전동차와 가격 및 기술 경쟁력 등을 비교 분석하면서 중국산 전동차 도입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서울메트로, 전동차업계 압박

서울메트로는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중국북차집단(CNR)과 중국남차집단(CSR)을 돌아봤다. 이 기간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중국 상하이~ 쓰촨성 청두~산둥성 지난을 방문한 시기와 공교롭게도 겹쳤다.

박시장도 이 기간 청두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내 전동차 시장의 독점적 구조를 비판하면서 중국 전동차의 국내 도입을 내비쳤다. 박시장은 당시 "어떤 경우라도 독점은 안된다. 첫번째가 시민의 안전이요, (두번째가)가격경쟁력"이라고 강조하면서 국내 전동차시장의 가격구조를 비판했다.

그러나 박 시장의 이 같은 행보는 국내 전동차를 공급하고 있는 현대로템의 시장독점으로 인한 전동차의 높은 가격을 다운시키려는 요구를 에둘러 표현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박 시장의 의중을 간파한 서울 메트로 측도 행선지는 달랐지만 CNR와 CSR를 잇따라 찾아 장단을 맞췄다. 그러면서 서울메트로는 내년 전동차 구입은 이달말 국제 입찰을 통해 실시한다고 국내시장에 으름장을 놨다.

중국차는 물론 캐나다 봄바디어, 프랑스 알스톰, 독일 지멘스 등과 국산차를 경쟁시켜 코스트를 낮추겠다는 것이 서울메트로의 계산이다.

이와관련,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서울메트로는 이번 시찰에서 중국 전동차는 국내시장보다 1량당 5억원이나 낮은 가격에 공급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발하는 국내 전동차업계

이에 대해 국내 관련시장의 한 관계자는 "그 같은 가격은 터무니 없다. 국제시장은 물론이고 중국내 시장에서 조차 형성될 수 없는 가격선이다"고 잘라 말한뒤 "국내시장에서 형성된 전동차 공급가격 또한 국제시장에 비교할때 비싸지 않다. (국제시장보다)40%이상 낮게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조사한 국제 시장의 시세는 1량당 20억원이 넘는다"라며 "국내시장은 그만큼 낮은 가격에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중국 전동차는 지난 10월 미국 보스턴 시장 진출 때 1량당 20억원이 넘게 입찰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로템 협력업체 등 관련업계도 중국의 국내 진입을 문제삼았다. 이들은 "중국은 정부조달협정(GPA)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한국은 GPA가입국으로서 세계 47개국 시장에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외국기업의 단독입찰을 불허하는 등 자국시장 진입을 꽉 닫아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10일 한·중간에 맺어진 FTA때 전동차 분야는 시장개방을 않기로 해, 양국은 각기 전동차의 자국산업보호에 힘을 실어줬다. 따라서 서울메트로는 양국간 맺어진 FTA를 위배하면서까지 시장개방을 서두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부담받는 서울시

서울메트로와 국내시장 간 전동차 도입을 놓고 균열이 일자 당장 피곤한 곳은 서울시다. 서울시는 박 시장의 청두발언을 간과할 수 없는 입장이다. 국내 시장의 반발을 무 자르듯 묵살할 수 만은 없기 때문이다.

국가 기간산업인 전동차 산업은 자국 산업 육성차원에서 정부나 서울시가 보호를 간과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또 한·중FTA 타결때 교역품목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그 부담은 한층 강화되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 1990년대 외환위기 이후 두 차례에 걸친 구조조정 끝에 선진국 고품질 차량으로 수주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시장 점유율은 고작 2.4%에 불과하다.

반면 CNR와 CSR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9.9%로 1위를 지키고 있다.

때문에 차기 대권 경쟁 선두권에 있는 박 시장이 국산 전동차를 버리고 중국산을 선택한다면 자국산업 보호를 외면했다는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된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서울메트로의 이달말 국제입찰 실시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유연성을 보인 뒤 "시장의 청두발언은 모두가 참일 수는 없다"고 말해 선택의 여지를 남겼다.

dikim@fnnews.com 김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