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주간 강원도 평창에서는 164개 국가대표, 국제환경기구 수장 및 전문가, 일반인 등 2만5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가 개최됐다. 특히 제1차 나고야의정서 당사국회의에서는 생물다양성의 이용 및 이익배분에 대한 의정서가 발효됨으로써 생물자원화 시대의 새로운 획을 긋는 계기가 마련됐다.
나고야의정서는 지난 2010년 제10차 당사국총회에서 '유전자원의 접근과 이용에서 발생되는 이익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 결의됐다. 그리고 4년간 비준과정을 거쳐 이번 평창 총회기간 중 발효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곧 관련 국내법을 제정하고 국회 비준을 거쳐 의정서 당사국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
나고야의정서는 △각국이 소유한 유전자원의 연구와 산업적 이용은 당사국간 협의를 통해 이뤄져야 하며 △유전자원 이용 시 발생하는 이익은 개발자와 소유자가 상호 협의하에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규제하고 있다. 나고야의정서의 발효로 각국은 생물자원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됐다. 또 자본과 기술을 앞세워 개발도상국 생물자원의 개발 이익을 일방적으로 독점하던 선진국의 시대도 종말을 고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의 개최국으로 향후 2년간 의장국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은 환경부 장관이 당연직 의장을 맡게 됨과 동시에 급변하는 생물다양성에 대한 국제적 논의의 중심에 서게 됐다. 이번 평창총회에서는 '제4차 지구생물다양성전망' 보고서를 발간했다. 아울러 4년 전 아이치현 나고야 총회에서 채택된 '아이치 생물다양성 목표' 달성에 필요한 조치사항을 과학기술협력, 재정동원, 개도국 역량 강화 등 핵심 수단별로 묶은 '평창로드맵'도 채택됐다. 총회 중간 열린 고위급회의에는 유엔개발기구 총재 등 20여개 주요 국제기구 수장과 90여개국 환경 장.차관을 포함한 150여개 당사국 대표들이 참석해 '강원선언문'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국제적 기여 증대 △DMZ내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등 남북환경협력의지 천명 △비무장지대의 환경보호를 위한 '평화와 생물다양성 대화'를 제시했다. 특히 2010~2020 생물다양성 전략계획의 이행 강화 및 '평창로드맵' 실행을 위한 과학기술 협력 발전의 동력인 바이오브리지 이니셔티브의 설립도 제안했다. 그리고 해양 역량강화 프로그램 지원, 삼림 생태계복원 이니셔티브에 대한 우리의 제의는 많은 국가의 동의를 얻어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향후 국제적으로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의 논의를 이끌어 가는 선도적 위치를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금 유엔에서는 2015년 이후의 개발의제 설정이 논의되고 있다. 이번 평창총회는 '생물다양성' 문제를 유엔 개발의제의 주요 현안에 포함시키기 위해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의장 명의로 '평창로드맵'을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에 논의된 생물다양성의 주권적 권리 인정은 향후 생물다양성의 가치가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국가적 자산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하는 것으로 생물자원에 대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이 중요한 시기에 우리나라가 향후 2년간 생물다양성협약의 의장국이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이를 십분 활용해 생물자원의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치밀하게 대응함으로써 우리 생물자원의 주권적 권리를 지키는 데 역량을 결집할 때다.
서영배 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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