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법원 "일시적 복제는 저작권 침해 아니다"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21 17:53

수정 2014.11.21 17:53

'개인용 무료' 단서 때문에 메모리 일시 저장 다반사

'개인용으로 쓸 때만 무료'라는 단서를 달아 배포된 프로그램을 업무용으로 사용했더라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컴퓨터 메모리내 '일시적 저장'까지 저작권 침해로 볼 수는 없다는 항소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4부(이균용 부장판사)는 메리츠화재와 벽산엔지니어링 등 80여개 기업이 컴퓨터 화면캡쳐 프로그램인 '오픈캡쳐' 저작권사 ISDK를 상대로 낸 '저작권으로 인한 채무부존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인터넷 화면을 캡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오픈캡쳐는 당초 무료로 배포됐으나 2012년 버전 업데이트 과정에서 '비상업용.개인용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단서가 포함됐다. 업무용으로 사용하려면 기업 등에게 별도의 라이선스를 구매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80개 기업 직원들이 무단으로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자 오픈캡쳐 측은 비용 지불을 요구했고, 기업들은 돈을 줄 수 없다며 소송으로 맞섰다.

소송의 핵심 쟁점은 무료였던 소프트웨어가 유료로 전환된 경우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메모리에 잠깐 저장되는 '일시적 저장'을 저작권법에서 금지한 복제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에는 임시저장장치(RAM)로 불러와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일시적 저장이 발생하는데, 프로그램을 단순 실행한 것만으로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히급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일시적 저장도 저작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업무용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 계약을 위반한 것에는 해당할 수 있어도 저작권 침해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저작권법에서는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 처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저작물을 컴퓨터에 일시적으로 복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며 "이 사건의 경우 이런 면책 대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업무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 약관을 무시한 데 대한 계약상 책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저작권자가 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별도로 제기할 수는 있다고 봤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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