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여의나루] 게임산업, 변해야 산다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27 16:45

수정 2014.11.27 16:45

[여의나루] 게임산업, 변해야 산다

우리나라 문화콘텐츠 발전방안을 연구하는 모임인 미래콘텐츠연구회 회의차 지난주 부산을 방문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이후 한 달 만에 찾은 부산은 콘텐츠 축제인 '지스타'로 떠들썩했다. 필자도 올해 10회째를 맞는 게임 축제 '지스타'를 연구회 회원들과 함께 참관했다. 지스타 전시장을 한바퀴 둘러보니 역대 최대 규모에 걸맞은 다양한 콘텐츠가 출품돼 눈과 귀가 즐거웠다. '지스타'가 이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게임 축제로 자리잡았음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전시회의 큰 특징은 모바일게임의 약진과 외국기업의 참가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글로벌 전시회로서 당연하겠지만 세계시장을 호령하던 한국 게임의 숫자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사실 온라인 게임과 e-스포츠의 종주국 위상을 자랑하던 것은 이미 지나버린 과거다. 매년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던 게임산업의 매출 규모는 6년 만에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를 보이며 난립하는 게임 개발사들, 그리고 트렌드를 좇기에 바빠 자기 복제를 거듭하는 콘텐츠로 소비자들은 국산 게임을 외면하고 있다. 여기에 때아닌 정부의 게임 규제 정책이 겹치면서 게임업계 전체가 휘청거리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차이나머니를 앞세운 중국의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지분 확보를 통해 굵직한 게임 기업들의 주인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효자산업으로 불리던 게임산업은 어느새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게임산업은 우리 문화콘텐츠 수출의 절반을 훌쩍 넘기고 K-팝(pop)으로 대변되는 음악의 약 10배, 영화의 130배에 이르고 있을 정도로 수출산업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크다. 이 때문에 게임산업 발전은 이제 국가의 콘텐츠산업 발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게임산업 재도약이 필요한 시점에서 그 실마리를 풀기 위한 몇 가지 제언이 떠올라 적어본다.

첫째, 정부는 게임을 하나의 산업으로 바라보고 지속 가능한 육성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지스타에서 선진국들은 공공기관을 앞세워 자국의 게임과 게임정책을 알리고 인력 유치를 위한 홍보 부스를 차리는가 하면 영국처럼 정부의 문화부 장관이 개막식에 참가해 열의를 다하고 있는 모습이 부럽게 느껴졌다. 게임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를 거스르는 정책을 내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기능성게임과 같은 분야를 육성 지원해 게임산업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도 중요하다. 둘째, 게임 기업들도 변해야 한다. 게임 수출에 있어 큰 시장인 중국, 미국, 일본 일변도에서 벗어나 신흥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해야 할 때다. 또한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업을 통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소규모 기업들의 자생력을 키워줘야 한다. 이를 통해 참신한 게임을 세계시장에 내놓아 세계 게임 트렌드의 주도권을 우리가 다시 되찾아야 한다. 셋째,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바라보는 국민의 인식도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수십년간 이어온 불법 복제와 해킹, 사행성 행위 등은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교란하고 개발자의 창작 의지를 꺾는 대표적인 해악이다. 문화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모두가 반드시 청산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다.

최근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 모 게임 대회의 결승전에 무려 4만명의 관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그만큼 한국 소비자의 게임 사랑은 유별나다. 한때 세계시장을 선두에서 이끌었던 경험과 풍부한 인력, 정보기술(IT)은 우리가 가진 장점이다.
이렇게 우리는 게임산업이 다시 부흥하기에 충분히 좋은 토양을 갖추고 있으므로 이 시점에 현재 상황을 냉정히 되돌아보고 각계각층의 중지를 모아 실행한다면 한층 밝은 게임산업의 미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서병문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