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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금융실명제·핀테크 충돌, 해법찾아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27 16:45

수정 2014.11.27 16:45

29일부터 차명거래 금지.. '인터넷전문 은행' 길 막아

남의 이름으로 금융거래하면 처벌하는 금융실명제법이 29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차명계좌로 금융거래하다 걸리면 금융 실소유주와 함께 이름을 빌려준 사람, 은행 담당자까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차명거래를 범죄로 간주해 형사처벌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로써 1993년 금융실명제가 전격 단행된 후 20여년간 지적 받아온 '반쪽실명제'라는 오명을 벗게됐다. 금융실명제 시대에 차명거래 금지는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금융실명제는 시행과 함께 큰 숙제를 안고 왔다.
정보기술(IT)을 등에 업은 금융, 즉 핀테크(Fintech·finance+technology)라는 신금융시대와의 병립이다. 핀테크의 기반은 무점포·비대면 중심의 인터넷은행이다. 인터넷은행은 이미 세계적인 금융시장 트렌드가 됐다. 미국은 올 상반기 인터넷은행의 순영업이익 비중이 5%에 달했다. 일본도 인터넷은행의 영업이익 비중이 연평균 30%씩 고공행진하고 있다. 핀테크와 인터넷은행으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다. 아직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도 이 추세를 받아들이는 것은 시간문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의 대정부질의에서 "IT와 금융거래 간 접합면이 늘고 있으며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역설적이지만 핀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실명제를 거스르는 무점포와 비대면, 그리고 신용을 기반으로 한다. 실명확인을 위해 점포 중심인 오프라인 은행에 초점을 둔 금융실명제가 금융시장 발전의 발목을 잡게 된 셈이다. 그렇다고 시장의 요구대로 무턱대고 실명확인 요건을 완화할 수도 없으니 정부로선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긴급조치를 동원하면서까지 어렵사리 자리잡은 실명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거래 투명성 확보라는 실명제의 순기능을 살리면서도 디지털금융을 끌어안기 위한 새로운 해법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 당장 차명계좌를 효과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국내외 금융거래의 현주소와 트렌드를 정확하게 짚고 그 흐름에 초점을 맞춘 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 큰 틀 속에서 부문 및 분야별 세부시행 방안과 로드맵을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금융 국제경쟁력이 80위로 최하위권이다. 반면 정보기술은 강국이다.
핀테크의 조류를 잘만 이용하면 세계 금융산업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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