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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첫 단추 잘못 끼운 단통법, 갈수록 꼬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27 16:46

수정 2014.11.27 16:46

이통3사 임원 형사고발.. 휴대폰 싸게 판 게 죄인가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칼을 꺼냈다.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단말기유통개선법(단통법)의 보조금 조항을 위반한 혐의로 이동통신 3사와 영업담당 임원들을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이통사 임원에 대한 형사고발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아가 최 위원장은 "이런 일이 반복되면 최고경영자(CEO)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런 일'은 이달 초에 벌어진 '아이폰6 대란'을 말한다. 이때 일부 소비자들은 79만8000원짜리 아이폰6 스마트폰을 10만~20만원대에 샀다.
이통사들이 대리점에 준 장려금이 불법 보조금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단통법 시행 한 달 만에 벌어진 '대란'에 당국은 발끈했다. 이통사들은 즉각 사과문을 내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당국은 화를 풀지 않았다. 방통위의 임원 고발 결정은 그 증거다.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이통사와 임원들은 잘못했다. 그렇지만 최 위원장의 결정에 박수를 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은 정부인데 민간기업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꼴이기 때문이다. 사건을 단순화하면 이통사 임원들은 휴대폰을 싸게 판 죄로 법의 심판을 받게 생겼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담합해서 비싸게 팔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면 된다. 하지만 싸게 팔았다고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한국 말고 또 있을까 싶다. 블랙프라이데이 대목을 맞아 미국에선 10만원대 애플 아이폰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단통법은 출발부터 말썽이었다. 정홍원 총리마저 지난 5일 국회 답변에서 "단통법이 시장에 안착되지 못하고 여러 논란을 빚고 있어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시행 채 두 달도 안됐지만 국회엔 이미 4건의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헌법재판소엔 위헌소송도 올라와 있다.

최 위원장은 법관 출신이다. 방송·통신 분야엔 문외한이다. 이를 의식한 듯 지난 4월 취임사에선 "기술 발전과 시장 상황을 따라가지 않으면 법.제도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해 기대감을 낳았다. 하지만 지난 7개월의 성적표는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업계 시각에선 방통위가 법 집행에 집착한 나머지 본때를 보이기 위해 강경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종래 잦은 과징금과 영업정지는 엉뚱한 피해로 이어졌다. 이제 형사처벌은 이통·제조사들에 휴대폰 값을 내리면 안 될 좋은 핑곗거리가 된다. 최 위원장은 법 만능주의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규제개혁 측면에서도 단통법은 설 자리가 좁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규제들을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서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의 자유로운 가격 경쟁을 막는 휴대폰 보조금 규제야말로 기요틴제의 1순위 적용 대상이다. 행여 최 위원장과 정부가 체면 때문에 단통법 보완을 주저하는 일만은 없길 바란다.
잘못된 법은 빨리 고치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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