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안전은 꿈과 목표 실현의 출발선

널리 알려진 매슬로(A H Maslow)의 인간 욕구 5단계론에 따르면 '안전'에 대한 욕구는 생리 욕구 다음으로 충족돼야 할 기본 욕구 중 하나다. 안전 욕구가 충족돼야 애정과 소속 욕구, 존중 욕구를 지나 최고 단계 욕구인 자아실현으로 나아갈 수 있다. 사회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공동체의 목표를 성취하며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해 가기 어렵다. 우리 사회는 19년 전 충격적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겪은 뒤 책임감리제도 등 건축안전제도를 꾸준히 개선해왔다. 지난 10년간 정부는 30여차례 건축안전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생활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 마우나리조트 사고부터 최근의 판교 환풍구 붕괴까지 일련의 사고는 그동안의 제도 개선이 미흡했거나 허점이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 사회의 안전 욕구가 충족되려면 더욱 실효성 있는 조치와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국토부는 근원적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지난 5월 33개 단체 76명의 전문가로 안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건축물 안전 강화 종합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그간 40여차례의 내부 토론과 공청회 등을 거쳐 원인과 개선 방향을 도출했다.

건축물 안전사고의 가장 근본적 이유는 무엇보다 부실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이득이 불이익보다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축물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최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치고 회사 대표도 대부분 처벌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처벌과 단속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둘째, 건축물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획일적 규제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지상 20층 규모 건축물이나 지상 3층 규모 다세대주택에 적용되는 건축기준에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마우나리조트 같은 PEB(Pre-engineered Building)의 특수구조 건축물도 일반 건물과 동일하게 설계.감리되고 있다. 따라서 설계와 감리 과정에서 초고층 건축물, 특수구조물 등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제도가 필요하다. 샌드위치패널 등 화재가 빈번한 건축물에 대해서도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

셋째, 현재 건축 제도에는 안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지금까지는 건축물 붕괴 및 방.내화 위주로 규제하고 있고 그나마도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만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태풍 볼라벤으로 인한 광고탑 붕괴, 마포 영화관 내부 마감재 탈락 사고 등 안전 사각지대에서 사고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생활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발굴해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 패러다임 변화도 필요하다.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등에게 안전 문제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지방자치단체 인력의 전문성 및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기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속과 처벌 강화 등 이행력을 제고하고 안전 사각지대를 적극 발굴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민의 안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비용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안전 강화로 얻게 될 인명·재산 피해 방지, 국가 브랜드 제고 효과는 투입된 비용과 노력 이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회 전반의 안전, 특히 우리의 삶과 경제가 영위되는 공간의 안전이 확보돼야 우리 사회는 더 큰 꿈과 목표를 향해 자신감을 갖고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건축 안전에 대한 국민의 많은 관심과 건축 관계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정부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건축물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우리는 해외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와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 샌즈리조트 등 초고층·고난도 특수공사를 해내는 등 건축 강국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전반의 안전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면 이 같은 '강국' 브랜드는 공허한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경식 국토교통부 제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