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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비리 때마다 '솜방망이' 처벌, 국방예산 매년 2조 넘게 줄줄샌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30 16:58

수정 2014.11.30 21:28

끊이지 않는 방산비리
율곡·린다 김 사건 등 최고 징역 3년 정도 불과
비리 끊으려 방사청 신설 MB정부때 '군피아' 장악.. 다시 통제 장치 사라져
국방부·대검찰청 등 관련 통계없어 무방비

1988년 직선제 개헌으로 출범한 노태우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제5공화국 비리' 청산 작업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새마을 비리, 경우회 비리 등 각종 비리 의혹이 쏟아졌지만 국민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은 바로 '노스롭 사건'이다. 군인 출신 대통령이 국방과 안보를 가지고 장난을 쳤으리라고 생각하지는 못했기 때문이었다.

'노스롭 사건'이란 공군 차세대 전투기로 낙점됐던 F-20 도입과 관련, 5공 핵심부가 미국 노스롭사로부터 수천억원의 뇌물을 받은 사건이다. 당시 노스롭은 F-20을 미군에 납품할 수 없게 되자 한국 등 동맹국에 팔 계획을 세웠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뇌물을 뿌렸다.


하지만 F-20은 시험비험 중 두 차례나 추락사고가 발생하면서 도입계획이 무산됐다.

■'방산비리' 기껏해야 징역 3년

이 사건에 연루된 주요 인사에게 내려진 처벌은 말 그대로 '솜방망이'였다. 가장 핵심 인물이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3년여의 징역을 사는 등 대부분 기껏 2~3년의 징역을 살다가 석방됐다. 집행유예로 감옥행을 면한 일도 부지기수다.

'최초의 문민정부'를 내세운 김영삼정부 출범 직후에는 이른바 '율곡사업 비리' 사건이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율곡사업'은 한국군 전력증강 사업으로 노태우정부 당시 F-16 등 최신예 전투기와 구축함이 도입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천억원대의 뇌물이 뿌려졌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국민을 더욱 경악하게 만든 것은 말단 부사관.공무원부터 정권 최고위층까지 뇌물을 받아 챙겼다는 사실이었다.

이후 율곡사건은 국민의 뇌리에 방산비리의 대명사로 기억되게 된다.

이 사건과 군 인사비리까지 함께 적용돼 구속기소된 이종구 전 국방장관은 징역 3년을 받는 데 그쳤다.

김대중정부 시절에는 그 유명한 '린다 김 사건'이 터진다. YS(김영삼) 시절 대북 정찰기인 '백두.금강 정찰기 도입사업' 과정에서 국방장관이 미모의 로비스트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뒤 기종을 결정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등장한 '미모의 로비스트'가 바로 린다 김(한국명 김귀옥)이다.

■비리 끊으려 방사청 만들었는데…

DJ(김대중)정부도 방산비리 사건을 피하지는 못했다. DJ가 퇴임하고 노무현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03년 이른바 '이원형 군납비리' 사건이 터진다. 육사 출신 예비역 소장인 그는 호남 출신으로 DJ정권에서 실세로 불렸다. 그는 국방부 획득정책관과 품질관리소장을 지내며 서울 하늘의 방공망을 책임지는 대공포 도입사업 과정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이 밖에 공격형 헬기 선정사업, 정밀유도 케이블 납품사업 등에도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언론에서는 그의 재산이 100억원대에 이른다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이씨에게 내려진 처벌은 징역 5년에 불과했다.

오히려 수사 과정에서 천용택 열린우리당 의원(전 국방부 장관)에게 수천만원의 뇌물이 전달된 사실이나 함께 구속된 군납업자 정모씨와 유명 탤런트의 염문이 화제가 될 뿐이었다.

그나마 이씨가 받은 징역 5년은 방산비리로 받은 것으로는 상당히 중형에 속했다. 이 사건 직후 노무현 대통령은 방위사업청을 신설해 국방부의 무기.장비 획득업무를 분리했다. 군은 성능요구 사항만 확정해 전달하면 선정과 구매는 문민 통제하에 진행하자는 취지였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방사청 출범 이후 군납.방산비리는 크게 줄어든다. 오히려 방사청이 비리를 색출하는 역할도 하게 되면서 대형 방산비리는 잠잠해 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 들어 방위사업청 업무의 상당부분이 다시 국방부로 돌아가게 됐고 어김없이 방산비리가 재연되기에 이르렀다. 더구나 방사청 주요 보직을 이른바 '군피아'가 장악하면서 방산비리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사라졌다는 탄식마저 나올 정도다.

■방산 투명성 '세계 꼴찌'

지난 2012년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는 세계 각국 방위산업체를 대상으로 투명성지수를 측정해 발표했다. 전 세계 주요 방위산업체 129개가 대상이 됐으며 정보 공개 여부와 구체적 부패방지제도 등이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됐다.

측정 결과 C등급에는 미국의 보잉과 스웨덴 업체인 그루펜, 사브, 유럽의 EADS 등 전투기 업체와 하니웰 등 주요 군납업체가 선정됐다.

국내 업체는 D등급에서 대우조선해양이 포함됐을 뿐 삼성테크윈이 E등급을 받았고, 두산DST와 LIG넥스원, 풍산 등은 꼴찌인 F등급을 받았다. 국제투명성기구 발표자료에 따르면 자국 주요 군납업체 전부가 사실상의 낙제 등급인 D~F를 받은 것은 한국과 러시아, 아랍 등이다. 이들 세 곳 방산기업들의 투명성이 세계 꼴찌인 셈이다.

■기초 통계도 없는 국방부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무기도입 등 방위사업과 관련한 비리로 발생하는 국고손실은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 민간 군사전문가는 "적어도 국방비의 5%가량은 각종 군납.방산비리로 새나간다고 봐도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 해 국방예산이 40조원에 달한다고 볼 경우 2조원이 각종 비리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는 계산이다.

우리나라에서 국방비리와 관련, 정확한 통계자료가 생산된 바는 없다. 국방부는 물론 대검찰청, 경찰청 등 어디에도 관련 통계가 생산된 바 없다.


이와 관련,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주요 방산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방부와 군은 '비리 척결'을 다짐했지만 기초적 통계조차 없다는 것은 구호와 달리 실제 비리를 척결할 의사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