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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진흥도 마다하는 게임업계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30 17:36

수정 2014.11.30 17:36

[현장클릭] 진흥도 마다하는 게임업계

"진흥은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건드리지만 말아주세요."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정부가 범부처 진흥정책을 마련중이라는 소식이 나오자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내놓은 첫 반응이다. 한마디로 "신경 꺼주세요"다.

정부의 지원정책이 나온다면 당연히 환영하고 지원할 거리를 찾는 게 일반적인 업계의 모습이겠지만 게임산업계는 사실 정부를 믿을 수 없는 현실이 있다. 게임 산업은 2000년대까지만 해도 그야말로 잘 나가는 벤처기업들의 대표였고 국내 콘텐츠 산업을 끌어온 견인차였다, 그러나 게임이 과도한 몰입과 사행성을 유발한다는 여론의 지적이 나오면서 지난 10여년간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잇따랐었다.

정부가 벤처육성, 신산업 육성을 얘기할 때마다 게임산업을 대표사례처럼 얘기하면서도 규제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게임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만들어 놓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만 봐도 규제가 한가득이다.


게임산업진흥법 제1조는 "게임물의 이용에 관한 사항을 정해 게임산업의 진흥 및 국민의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건전한 게임문화'라는 단어가 여러 규제들을 파생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업계에서는 "게임산업진흥법은 1, 2, 3조 외에는 어떤 조항에도 진흥정책이 없다"며 이름만 진흥법이고 내용은 규제법인 대표적 사례가 게임산업진흥법"이라고 지적한다.

국내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게임업계는 자연스레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시장이 좁아서 해외로 영토를 넓히는 게 아니라 규제투성이인 한국에서는 사업이 어려워 한국을 탈출하는 것이다.

구글과 애플 등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수수료를 떼줄지언정 글로벌 진출 여건이 마련된 만큼 해외로 눈을 돌린다는 계획이다. 심지어 독일과 영국 등 유럽에선 국내 게임사 유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와 대비된다.

게임을 문화산업으로 인정하는 해외와 달리 탄압 수준의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 받는 한국의 현실이 대비됐던 올해 지스타 행사를 바라봐도 한국 게임산업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난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규제의 타당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없애야 한다는 규제개혁 기요틴(단두대) 제도를 언급한 만큼 지금이야 말로 침체된 게임산업의 부흥을 위한 진흥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정부가 게임산업에 대해 어떤 수준의 규제를 통해 얼마나 진흥할 것인지, 예측 가능한 정책의 가이드라인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정부는 적어도 게임분야에서는 철저히 신뢰를 잃었다.
그 신뢰를 회복하는 게 진흥정책을 만드는 것 보다 급해 보인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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