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민행복시대 마을기업과의 동행] (7) 대전 쪽방촌 '아나바다'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01 17:19

수정 2014.12.01 17:19

폐가구 사업 인기몰이… 설립 1년만에 '매출 자립목표' 눈앞



[국민행복시대 마을기업과의 동행] (7) 대전 쪽방촌 '아나바다'

올해 4월께 대전 중구 중앙로에 자리잡고 있는 쪽방촌 마을기업 '아나바다'회의실에서는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지난해 10월 마을기업으로 지정돼 새로운 자립의지를 모색했지만 마을기업에 참여하던 구성원들이 이런저런 핑계로 꿈을 하나둘씩 접었다. 사업도 생각만큼 진척이 쉽지 않았다. 술에 의존하고 온갖 질병에 시달리며 육체적 한계를 겪어 온 그들로서는 자활이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는 7개월 만에 급변했다. 지난달 21일 오전에 방문한 아나바다 회의실은 웃음과 밝은 분위기가 내내 끊이지 않았다.

마을기업 설립 첫째 달인 지난해 10월 62만원이던 매출이 올해 10월은 501만원으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올 연말까지 자립목표인 월 매출 800만원을 조기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목전에 다가왔다. 아나바다가 쪽방촌 마을기업의 설립취지를 살린 것은 물론 꾸준한 성장으로 지역 사회에 새로운 희망의 좌표를 쓰고 있다.

■폐가구 수거 아이템 지역 인기몰이

아나바다의 사업 아이디어는 폐가구 및 전자제품 수리라는 얼핏보면 평범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하지만 그 과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들은 지역커뮤니티와 연계해 이를 새롭게 활용했다.

폐가구를 처리하면서 이를 재활용해 싼값에 판매하는 이중전략을 사용했다.판매하기 어려운 제품들은 아나바다 출입구 옆에 무상판매대를 만들어 지나가던 시민들이 원하면 가져가도록 배려해 버려지는 물건이 거의 없을 정도다. 폐물품으로 인한 환경 걱정도 없어졌다. 중고물품을 무상으로 수거후 리폼해 필요한 곳에 유상으로 판매하는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른 것이다.

아나바다를 이끌고 있는 김종민 이사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 20년만에 동창회에 참석해 자부심을 느낀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면서 "이전에는 도움을 요청하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도움을 주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김 이사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현재 사회복지제도는 사회복지대상을 고정화시키는 것이 문제라고 단언한다. 이 시업을 시작한 것도 "이건 아니다"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대상을 주체로 바꾸면 어떨까"라는 발상의 전환이 그의 해결책이다. 수혜받는 것에서 수혜를 주는 입장으로, 즉 복지대상을 주체로 바꾸면 자활의지는 물론 사회적 구성원으로서의 비전도 만들어갈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복지기관 연계 실패 확률 높아… 자활 모색이 중요

이런 차원에서 사회복지기관과 연계해 출발하는 자활사업은 실패 확률이 높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무턱대고 도와주는 것은 찰나의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특히 이들 지원기관간에도 지원금액과 권리를 차지하기 위한 또 하나의 기득권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밑바닥에서 출발해 자활에 대한 내성을 키우지 않는다면 사회적 지원은 일회성에 그칠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을기업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정부와 복지기관이 무조건 지원하는 것에서 탈피해 자활에 대한 대응력을 갖춰주는 것이 쪽방촌 마을기업이 가야할 새로운 이정표로 자리잡고 있다.

아나바다가 정부 지원에 매달리기보다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 후원회원을 모집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후원회원에게는 폐가구 수거를 무상으로 해주고 재활용한 제품은 50%할인해주는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사회 취약계층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시도해 지원받아야 할 대상에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리를 매김하고 나아가 사회복지대상자에서 사회복지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의한 차원이다.

현재 쪽방촌 마을기업은 전국적으로 부산 희망나눔세차. 대전 아나바다, 대구 따신밥 한 그릇 등 세곳이 운영중이다.사업 주관부처인 행정자치부는 3개 쪽방촌 마을기업 설립을 통해 지금까지 쪽방주민 89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김 이사는 "아나바다가 자력으로 원활히 운영되기 위해서는 월 800만원 정도의 매출이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수입을 확대하기 위해 최근 발광다이오드(LED)교체 기술까지 배워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절반값에 교체해 주는 작업도 시작했다.


앞으로 쪽방촌 마을기업이 사회복지 지원 대상들을 사회적 주체로 탈바꿈하는 주요 동력이자 촉매제 역할을 할지 아나바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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