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8) 나홀로 식사族 '민폐' 논란

나홀로族 시대흐름 vs. 수지 안맞아


#. 보험 영업직인 이모씨(35)는 점심을 먹을 때마다 곤혹스럽다. 업무 특성상 혼자 식당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1인 손님이라 싫다고 하는 식당 주인부터 식당 안 주변 사람들의 눈초리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씨는 "정당하게 가격을 지불하고 먹는데도 혼자 왔다는 이유로 눈치 보일 때가 많다"며 "1인석을 마련한 식당이 많지 않아 그런 곳 찾아내는 것도 일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1인가구 증가로 혼자 식사하는 '나 홀로 식사족'이 늘고 있지만 식당가에서는 아직 이를 꺼리는 분위기가 많아 논란이 되고 있다.

'혼자 갔더니 민폐 취급하더라'라는 불만이 공공연히 터져나오는 것. 그런데 우리나라의 1인가구 증가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으로 요식업계의 이 같은 '홀대'는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높다.

실제로 통계청 조사 결과 우리나라 1인가구 수는 2011년 436만가구에서 2012년 454만가구, 올해는 488만가구로 늘었다. 이는 전체 가구의 22.3%로 4집 중 1집이 1인가구인 셈이다. 반면 보통 2인, 4인 기준으로 세팅되는 식당에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이번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제를 '나홀로 식사족, 민폐 논란'으로 정하고 실태를 짚어봤다.

■혼자 가면 '찬밥'신세

30대 회사원 정모씨는 외근을 마치고 늦은 저녁을 먹으러 혼자 인근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았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정씨에게 집중됐기 때문이다. '남자 혼자 왠일이냐', '여자친구에게 바람맞았음 집으로 가지 왜 혼자서 저러냐', '스파게티가 엄청나게 먹고 싶었나보다'부터 심지어 '찌질해 보인다'는 말까지 들려왔다.

서울에서 자취를 하는 주모씨(31)는 어느 순간 저녁 먹는 일이 '미션'처럼 다가오기 시작했다. 회사 동료, 친구들과 저녁을 같이 하기도 하지만 혼자서 먹어야하는 일이 많다. 문제는 먹을 곳 찾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주씨는 "백반집은 들어가자 마자 '퇴짜' 맞는 일이 빈번하고 부대찌게, 고기집은 아예 생각도 안한다"며 "매일 배달음식이나 분식집, 편의점을 찾으려니 그것도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자취생인 최모양(25)도 "얼마전에 힘든 일이 있어서 술을 마시려고 혼자 동네 삼겹살 집을 찾았다 '외계인' 취급을 당했다"며 "식당에서 일하는 분부터 주변 손님까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왜 혼자왔냐'며 말을 걸어대서 체할 뻔 했다"고 털어놨다.

주말부부인 한모씨는 "직장 동료들을 봐도 혼자 식사하는 비율이 늘고 있는데 왜 '1인 손님'은 무슨 범죄자 취급하는지 모르겠다"며 "일본처럼 1인 식당이나 1인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지 안맞아…붐빌 땐 배려를"

반면 기본으로 2, 4인 기준으로 세팅되는 식당 입장에서는 1인 손님이 반갑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라는 반론도 있다. 경기도 파주의 한 식당 주인은 "혼자 온 손님이나 2명이 온 손님이나 기본 반찬 등은 같다. 그렇다보니 더 번거로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식당 주인도 "2인 기준으로 나오는 찌게류의 경우 1인 주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한식당에 1인 손님도 많지 않아 일인석 만드는 건 수지타산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오피스 중심가의 점심시간 등 붐빌 때는 피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는 말도 나왔다.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 주인은 "점심시간에는 늘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데 같이 온 손님의 수에 따라 4인용, 2인용 테이블을 안내한다"며 "어느날은 2인용 자리가 쉽게 나지 않아 혼자 온 손님의 대기 시간이 길어졌는데 '혼자왔다고 이러냐'며 화를 내서 황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씨(38)는 "회사 옆에 자주 찾는 식당이 있는데 어느날 갔더니 혼자 온 손님이 4인석에 앉아 노트북을 켜놓고 천천히 밥을 먹고 있더라"며 "한참 붐빌 시간이라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는데 솔직히 좋아보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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