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기자수첩] '저유가 시대'의 전기차 전략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18 17:41

수정 2014.12.18 17:41

[기자수첩] '저유가 시대'의 전기차 전략

한동안 피어나던 국내 친환경차 시장이 바짝 얼어붙었다. 바닥을 치고 있는 유가 탓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년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두바이유 거래가도 한때 60달러선이 무너졌다. 주유소를 찾는 서민들에겐 반가운 소식이지만 유가 폭락의 부메랑은 여러 곳을 휘갈기며 상처를 남겼고 그중 하나가 전기차 시장이다.

올해 국내 시장에서 BMW i3는 물론 쏘울 EV, SM3 ZE 등 어떤 전기차도 연초에 세운 목표 판매량을 채우지 못했다. 상반기에 결정된 저탄소협력금 제도 유예가 첫 번째 강펀치였고 유가 폭락으로 2연타를 맞았다.
경차임에도 4000만원에 육박하는 차값, 미비한 충전 인프라 속에서 유류비 절감은 가장 강력한 마케팅 무기였다. 한순간에 무기를 빼앗긴 전기차 업체는 어떤 전략도 내놓지 못하고 숨을 죽이고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꼭 갖고 싶은 전기차'가 없다는 점이다. 완성차 업계가 내놓은 전기차는 모두 기존 모델을 전기차 버전으로 변형시킨 것일 뿐이다. 전기차를 달리는 대형 컴퓨터로 여기고 그에 맞는 최첨단 기능을 기대한 소비자들에겐 아쉬운 대목이다. 전기차의 외형과 내부 디자인 역시 가솔린, 디젤 모델과 다를 게 없다. 그나마 BMW i3가 순수 전기차로 눈길을 끌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내심 '전기차'보다 'BMW'에 방점을 찍는다.

미국의 테슬라는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법한 전기차를 내놓으며 미래형 자동차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켰다. 이 덕분에 테슬라의 전기차는 명품으로 대접받고 테슬라의 전기차를 구입하는 이들은 스스로를 공상과학영화의 주인공처럼 여긴다. 이들에게 유류비 절감은 수많은 장점 중 하나일 뿐이다.

반면 국내에서 전기차란 기름값을 줄여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유류비 절감이란 지팡이에 기대 위태롭게 서 있던 전기차는 이제 그 지팡이마저 빼앗겼다. 내년 2·4분기나 돼야 유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이다.

전기차가 국내에서 본격 판매된 지 1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도로에서 전기차를 보기 힘들다.
전기차를 구입한 이들을 동경하거나 부러워하는 사람을 찾기는 더 힘들다. 전기차 사용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가 없는 탓이다.
디자인이든 정보기술(IT)이든 '사지 않고는 못배길' 전기차가 필요하다. 기약없는 유가 상승 소식을 기다리는 것보단 그게 더 현실적이지 않은가.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