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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VS 삼성전자 'IoT 주도권 싸움' 이미 시작됐다

황상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21 14:30

수정 2014.12.21 14:30

구글이 인수한 네스트의 가정용 자동온도조절장치
구글이 인수한 네스트의 가정용 자동온도조절장치

구글이 인수한 네스트(Nest)와 삼성전자가 인수한 스마트싱즈(SmartThings) 진영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주도권 싸움이 시작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더욱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20일 PAG&파트너스 황병선 대표(카이스트 소프트웨어 대학원 대우교수)가 KT경제경영연구소를 통해 낸 '사물인터넷에서 비즈니스 생태계 사례 구글-Nest와 삼성전자-SmartThings 사례를 중심으로' 보고에서 "기존의 IoT가 B2B 시장을 노렸다면 점차 B2C 시장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시장을 만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사물인터넷 시장에서도 플랫폼 기반의 비즈니스 생태계 전략을 구축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생태계 구축의 예로 구글과 삼성전자를 들었다. 먼저 구글이다. 구글은 올 1월 스마트 홈 온도조절장치와 화재경보장치를 만드는 네스트를 3조4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2012년 휴대전화 제조사인 모토롤라모빌리티를 인수한 이후 두 번째로 인수 금액이 큰 인수합병(M&A)으로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네스트는 애플에서 아이팟을 탄생시켰던 토니 파델 최고경영자(CEO)가 애플 엔지니어였던 매트 로저스와 공동 창업한 회사다. 네스트라는 제품 자체가 단순한 가정용 온도조절장치 기기가 아니라 IoT의 정의에 가장 이상적으로 구현된 제품이다. 네스트는 여러 센서를 내장하고 머신 러닝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있어 사용자가 선호하는 온도 취향을 일주일 정도 학습시킨 후에는 지능적으로 알아서 온도 조절을 해주는 장치다. 심지어 집에 사용자가 없을 때는 알아서 온도를 낮추며 에너지를 절약시키는 기능을 제공한다.

중요한 것은 구글-네스트가 가전제품으로 판매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 홈이라는 IoT의 주요 분야에서 핵심적인 허브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네스트는 개발자 프로그램을 통해 네스트 제품과 월풀 세탁기,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 LIFX사의 스마트 전구, 조본(JAWBONE)사의 활동 측정 밴드와 CHAMBERLAIN사의 주차장 출입문, 구글의 'Google Now' 서비스와 연동되도록 타사에게 플랫폼을 개방했다.

구글-네스트는 메르세데츠 벤츠 자동차와 연동되며 자동차가 집으로 가까이 오게 되면 자동차는 자동적으로 집에 설치된 네스트에게 사용자가 집으로 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네스트는 사용자의 취향에 맞도록 집안의 온도를 미리 조절하도록 자동 동작한다. 구글-네스트와 연동하는 자동차, 전구, 활동 측정 밴드 'Nest Protect'라는 제품은 이산화탄소나 담배연기를 감지하면 LIFX사의 스마트 전구에게 정보를 보내 자동적으로 경고의 의미로 점멸하도록 동작한다. JAWBONE사의 UP24 밴드는 소비자가 항상 착용하고 있으며 아침에 언제 일어나는지 예측할 수 있으므로 소비자가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에 집안의 온도를 최적의 상태로 조절하도록 동작한다.

이런 방식으로 현재 출시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IoT 제품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보다 정확하게 소비자의 의도나 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제품이나 서비스가 지능적인 동작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가정 내에서도 다양한 IoT 제품이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마트 홈 허브플랫폼' 제품의 역할을 차지하기 위해서 다양한 제조사·서비스 회사의 제품이 경쟁을 시작한 상태다.

구글-네스트 개발자 플랫폼에 참여한 기업들
구글-네스트 개발자 플랫폼에 참여한 기업들

최근 삼성전자도 사물인터넷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위한 플랫폼들을 발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써드파티 개발사들에게 긍정적인 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지지는 않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미국의 스마트싱즈사를 2000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발표했다. 이 회사를 삼성전자가 인수한 이유는 단순히 스마트 홈 시장에서 판매되는 하나의 하드웨어 제품 제조사를 인수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제품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태계를 구축한 경험이 있는 회사를 인수한 것이 그 본질이다.

이 회사의 핵심 제품은 네스트와 유사하게 스마트 홈 허브 플랫폼 제품으로 이미 5000명의 개발자를 통해 8000개 이상의 앱과 연동하며 1000개 이상의 다른 회사의 IoT 기기와의 연동을 지원하고 있다. 황 대표는 "스마트 홈 시장 뿐만 아니라 IoT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잘 만드는 수준의 경쟁력을 넘어 다른 회사의 제품과 연동하는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기술 표준 경쟁은 일반적으로 제품을 출시하기 이전에 관련된 회사나 조직끼리 사전에 표준을 협의하고 이를 적용한 제품이 나중에 출시되는 순서로 정의�다. 반면 최근의 표준 전쟁은 우선 선도 기업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출시해서 어느 규모 이상의 시장을 만든 이후에 그 제품을 플랫폼으로 기술을 개방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술과 제품 전체가 기술 플랫폼으로 동작하도록 추진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봤다.

개방된 제품 플랫폼과 연계돼 동작하는 다른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만들어지면서 플랫폼에 해당되는 제품 회사는 그 제품 기반의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플랫폼 회사로 발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사례에서도 구글의 네스트나 삼성전자가 인수한 스마트씽즈를 보면 모두 이와 같은 방식의 제품 플랫폼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황 대표는 "향후 IoT 시장에서 '사물(Things)'는 대부분 제품의 형태를 가지며 그것이 기존 제조업에서 만드는 단순한 제품이 아닌 서비스와 같이 제공돼야 하고 이런 서비스화된 제품이 플랫폼으로 개방돼 단위별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어야만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국내 제조사도 향후 IoT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제품 기반의 서비스 플랫폼 경쟁력에 대한 준비와 벤치마크 사례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eyes@fnnews.com 황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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