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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新외교’.. ‘亞 패러독스’ 넘는다] (5) 전문가 진단

윤정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21 17:20

수정 2014.12.21 17:20

"한·중·일 FTA, 동북아 얽힌 정치·역사 문제 풀 열쇠"
日 우경화 재무장 가속.. 한·중과 관계 악화 심화 3국 FTA협상 큰 걸림돌
[한·중·일 ‘新외교’.. ‘亞 패러독스’ 넘는다] (5) 전문가 진단


중국과 일본, 미국, 북한, 러시아 등 주변국이 제각각의 이해관계로 한반도를 에워싼 가운데 2014년 한 해가 마무리되고 있다. 영토분쟁이나 안보전략 등 세부 이슈들이 한·중·일의 이해관계와 촘촘하게 얽히면서 동북아 정세는 섣불리 예측하기 힘든 격랑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G2인 미국과 중국 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동북아 정세를 진단하고, 한·중·일 경제협력방안을 전망하기 위해 강호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본부장,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오상봉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정성철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과 전문가 서면 대담을 마련했다. 이들 전문가는 동북아 정세를 되돌아보는 한편 한.중.일 경제운명공동체를 둘러싼 한.중.일의 새로운 관계 설정에 많은 의견을 제시했다.

―2015년에는 미국과 중국 간 동북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패권경쟁도 더욱 치열할 전망인데.

▲정성철 위원=내년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 전략과 중국의 '신안보관'의 갈등 양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은 한국이 두 강대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미·중 사이의 조화로운 외교를 취할 경우 국익을 추구할 전략적 공간을 유지 및 확대할 수 있다.

▲봉영식 선임=패권 경쟁과 더불어 실리적인 미·중 협력이 기대된다.

▲강호민 본부장=내년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중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보다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를 먼저 구축하기 위해 박차를 가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재집권에 성공했다. 동북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정 위원=향후 일본이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우경화와 재무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한·일 관계와 중·일 관계는 적어도 단기간에 호전될 가능성이 낮으며 한·미·일 삼자구도는 미국의 희망과 달리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봉 선임=일본은 미국 일변도의 외교정책을 지속할 것이다. 일본에는 미국이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강 본부장=아베 총리는 평화헌법 개정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이나 내년이 한·일 수교 50주년임을 고려, 당장 한국과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급격한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북아 질서의 기제가 무너지고, 일본은 변화할 것 같지 않은 상황 속에서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봉 선임=협력이 가능한 사안부터 협력을 시작하는 현실주의적 외교를 가동해야 한다. 모든 국가가 최우선 관심이 있는 경제협력분야에서 시작할 수 있다.

▲고명현 위원=북한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명목 아래 다자간(한·미·중·일) 대화를 주도해야 한다.

▲강 본부장=내년 한·일 수교 50주년을 계기로 대승적 차원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의 분위기 반전을 도모해 볼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일본의 반성과 사과 없이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확고한데, 해법은.

▲정 위원=단순히 대화를 안 하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방침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일 실무자회의를 가동하면서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역사인식에 대한 국제여론 형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고 위원=정상회담은 어렵겠으나 서로에게 이익되는 부분(예=안보)에서는 조율과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강 본부장=일본의 반성과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에 공감은 하나, 그로 인해 경제관계에까지 냉기가 흐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놓고 관측이 엇갈리는데 전망은.

▲정 위원 =북한 경제의 취약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카리스마와 자원 동원이 결여된 김정은 리더십이 중장기적으로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데는 비관적이다.

▲봉 선임=단기적으로는 안정적, 장기적으로는 구조적 불안정성이 증가할 것이다.

―외교.안보.역사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경제'다. 결국 한·중·일 3국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전망하는데 그 가능성은.

▲강 본부장=유럽은 다양한 외교.안보.역사 문제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 경제통합을 이뤄냈다. 따라서 한·중·일 FTA는 동북아의 복잡하게 얽힌 역사 문제를 풀 대안이 될 수 있다.

▲오상봉 원장=한·중·일 FTA는 경제협력을 확대시켜 정랭경열(政冷經熱)의 3국 관계를 정온경열(政溫經熱), 나아가 정열경열(政熱經熱)로 발전시키는 계기를 제공하고, 이는 정치·외교 관계의 안정을 가져와 다시 경제협력 확대에 도움을 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내년 한·중·일 FTA가 체결되기는 다소 힘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후 결국 삼국 경제협력은 더욱 강화되는 측면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고 위원=일본이 단기간에 중국이 들어가는 FTA를 체결할 것 같지는 않다.

―한·중·일 3국 FTA 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요인은.

▲강 본부장=무엇보다도 3국 간의 정치적 갈등관계가 한·중·일 FTA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3국 모두 FTA 등 경제협력이 각자에 미치는 중요성을 인지하기에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원칙하에 꾸준히 FTA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오 원장=한국과 일본은 중국의 중화학공업 개방에 관심을 보인 데 반해 중국산 농수산물과 경공업 제품에 대해서는 수세적 입장이다.
따라서 시장개방 수준을 최대화하고, 민감분야 보호는 최소화하겠다는 각국의 정치적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다.

yoon@fnnews.com 윤정남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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