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강남 등기소길이 맞나요?"
"네. 맞긴 맞는데 여기 등기소는 없어요"
서울 지하철2호선 선릉역과 삼성역 사이 강남 등기소길은 상가 임대료가 서서히 오르고 있는 신흥상권으로 꼽힌다. 봉은사로 68길에 위치한 이 길은 지난 2011년 강남등기소가 서초동으로 이전하면서 지금은 '등기소 없는 등기소 길'이 됐고 대신 술집과 카페, 고급스런 옷가게가 곳곳에 들어차고 있다.
■강남 등기소길, 왜 떴나?
25일 찾은 강남 등기소길은 성탄 분위기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한적했다. 추운 날씨 탓에 유동인구가 많지는 않았지만 자동차는 꾸준히 진입하고 있었다. 인근 중개업계는 최근 1~2년 사이 이곳에 대형 커피전문점과 술집 등이 들어서면서 몸값도 불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삼성동 H부동산 관계자는 "거래가 많지는 않지만 매매호가(부르는 가격)는 계속 오르고 있다"며 "메인도로는 3.3㎡당 5500만원 선, 이면도로 쪽은 3000만~4000만원 선이지만 호가는 이미 6000만원을 넘었다"고 말했다. 그는 "건물주들에게 한국전력부지 개발 기대심리가 있다"면서도 "사실상 이런 오름세는 한전부지 보다 9호선 개통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부동산컨설팅업체 리맥스와이드파트너스에 따르면 2010년 3.3㎡당 3953만원이었던 등기소길 매매가격은 2011년 4949만원으로 오른 데 이어 올 4월에는 5307만원까지 치솟았다.
상가 임대료도 오름세다. 또 다른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4년 전만 해도 이곳은 허허벌판이었다"며 "카페나 레스토랑이 들어오면서 매매가격 보다 임대료만 더 올려놨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곳 상가 임대료(99㎡)는 보증금 3000만~5000만원에 월 300만~350만원 선이다. 82㎡는 월 230만~300만원대다.
삼성동 G공인 대표는 "이곳은 선호도가 높아 (세입자들이) 한번 들어오면 나가지 않는다"며 "강남권 다른 지역에 비해 임대료도 저렴한 편"이라고 전했다.
부동산114 이민영 연구원은 "이전한 등기소 주변으로 일식 주점과 카페, 각종 디자인업체가 몰려 있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며 "한전부지 개발로 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매물 자체가 별로 없는데다 호가를 너무 높여 거래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 오른다"..한전부지 개발, 지하철 개통 등 호재
업계는 내년부터 이곳 부동산가격이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하철 9호선 개통을 앞두고 있는데다 한전부지 개발이라는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겹쳤기 때문. 최병록 리맥스와이드파트너스 이사는 "지금은 연말이어서 상권 변동이 없지만 내년 봄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대차가 낙찰받은 한전부지 개발과 맞물려 신사동 가로수길만큼은 아니겠지만 비슷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동 H공인 관계자도 "내년 3월께 지하철이 개통되면 유동인구가 증가하고 입지적 장점이 부각되면서 매매가나 임대료가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업계는 삼성동 등기소길을 비롯해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이태원 경리단길 등 골목상권이 주로 음식점과 카페, 술집 등 '먹자형'으로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이런 곳은 주로 저녁 상권으로, 주요 소비층이 외부인보다 인근 직장인들"이라며 "큰 볼거리가 없다는 점 등 때문에 상권 규모는 작지만 1~2차 문화 등으로 상권이 발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전부지 영향 보다는 9호선 등 신설역세권에 따른 교통 편의성 때문에 이들 이면도로 상권 변화가 크다"고 봤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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