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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2015년.. 그들의 대화]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 &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31 18:04

수정 2014.12.31 18:04

"혁신의 다른 이름은 파괴" "때문에 설득이 뒤따라야죠"

국내 혁신 서비스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카카오톡과 배달의 민족 최고경영자(CEO)들이 "혁신은 누구나 느끼는 생활의 소소한 불편함을 기술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압구정로에 위치한 fn아트스페이스에서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오른쪽)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를 만나 혁신 서비스와 국내 벤처 생태계 등에 대한 속깊은 얘기를 들어봤다. 사진=서동일 기자
국내 혁신 서비스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카카오톡과 배달의 민족 최고경영자(CEO)들이 "혁신은 누구나 느끼는 생활의 소소한 불편함을 기술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압구정로에 위치한 fn아트스페이스에서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오른쪽)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를 만나 혁신 서비스와 국내 벤처 생태계 등에 대한 속깊은 얘기를 들어봤다. 사진=서동일 기자

"혁신이란? 생활 속에서 느끼는 작은 불편을 찾아내고, 그것을 기술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 '혁신'이 기업의 화두다. 혁신이 필요한 것은 누구나 알지만 쉽지 않다고들 한다.


국내 대표적인 혁신 사례로 꼽히는 카카오톡, 배달의 민족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음카카오, 우아한형제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의외로 혁신을 쉽게 설명한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압구정로에 위치한 fn아트스페이스에서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를 만나 혁신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들어봤다. 두 대표는 혁신 외에도 창업 등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혁신은 작은 것에서 시작

이석우 대표와 김봉진 대표는 '혁신'이란 키워드에 대해 간단하지만 명확하게 정리했다.

이 대표는 "늘 사용하던 휴대폰 문자메시지(SMS)에서 단체대화를 할 수 없는 불편과, 상대방이 내 메시지를 읽었는지 확인할 수 없는 불편을 해소한 것이 카카오톡이다. 이것이 사람들이 느끼는 혁신이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 역시 "어떻게 보면 별로 대단한 일을 하진 않았다"며 "음식점을 차리고 배달영업을 하려면 보통 전단지를 만들어 일일이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해 왔지만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세상에 전단지를 스마트폰 안에 넣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을 실현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결론적으로 보면 별 것 아니지만 생활의 소소한 불편함(pain point)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해결해 내느냐가 중요하다"며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개인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시대에 맞춰 일상의 개인화·맞춤형으로 해결해 주면 그것이 혁신"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이전에는 PC라는 공용성으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있었지만 모바일로 접어들면서 배달의 민족은 음식배달 주문을 편리하게, 카카오톡은 단체채팅과 상대방의 수신확인 등의 기능 제공 등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 기술적 변화를 준 사례로 꼽힌다.

■"기존질서 파괴… 오해도 많아"

이 대표는 "혁신의 다른 얼굴은 '파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카카오톡은 기존에 있던 SMS를 파괴하는 개념이고, 배달의 민족은 전단지 사업을 파괴하는 개념이니 혁신의 다른 한 면은 파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파괴하려는 혁신 서비스가 나오면 당연히 기존에 자리잡고 있던 질서는 오해할 수밖에 없다"며 "배달의 민족에 대해 벌써부터 '갑(甲)질' 논란이 나오는 것도 이런 오해의 한 축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최근 일부 가맹점들이 배달의 민족이 요구하는 수수료에 대해 과도하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을 빗댄 말이다.

■혁신 위해선 설득의 기술 필수

이 때문에 파괴의 얼굴을 가진 혁신을 성공시키기 위한 조건으로 '설득'이 꼽혔다. 설득이 동반되지 않으면 파괴에 따른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두 회사는 지난해 각각 사이버 검열과 수수료 논란 등으로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이 같은 설득 성장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두 대표는 설득에 대한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 대표는 "방향이 중요한 것 같다"며 "혁신하려는 기업은 설득하는 방향이 사회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지 아닌지는 기업 스스로 더 잘 안다. 우리가 만드는 것들이 사회의 혁신을 이끄는 방향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 자체가 굉장히 힘든 일이다. 사람들의 이기심을 충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정말 사람에 대해 많이 고민해야 하는구나 싶었다"라며 "회사 내부 구성원과 고객, 고객 사장들과도 얘기하면서 그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도 "첨예하게 대립하다 보면 큰 틀에서 사회적 설득은 가능하지만 개별적 설득은 어렵다"면서도 "이해관계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사업을 하다 보니 중요한 것이 대중이나 이해관계자들을 계속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IT에 대한 기술이 우리가 받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흐르고 있어 우려도 많지만 부정적으로만 보면 안 된다"며 "공익적 측면을 설명하고 기술을 기업들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강조했다.

■창업의 적기… 3~4년 뒤에 성과 확신

이 대표와 김 대표의 의견이 다시 한 번 정확히 일치했다. 두 대표는 지금이 창업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2000년대 초반의 벤처 열풍 당시의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지금이 창업 열풍 2라운드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우리가 가진 인터넷 20년의 경험은 굉장히 큰 장점"이라며 "지난 몇 년간의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이번 정부의 창조경제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면서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제는 포털과 같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서비스가 아닌 개인화된 서비스로 다시 창업 활성화의 기회가 왔음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창업하고 있어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990년대 중반 PC통신이 나오면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소규모 창업이 가능해졌고 그래서 나온 것이 넥슨, 다음, 네이버였다"며 "당시 DJ정부에서 창업을 지원해 묻지마 투자 등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지금 상황은 12~13년 전의 가능성 있는 시장이 다시 재현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제조업과 건설에 집중하던 지난 정부와 달리 이번 정부의 IT 정책이 나름 진행되고 있고, 사실 지난해부터 젊은 창업자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 다행"이라면서 "창조경제의 성과는 건설경기처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고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는다. 이러한 정책은 10년에서 50년 후를 내다보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앞으로 3~4년 뒤에는 제2의 네이버, 다음, 넥슨의 씨앗이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도 "동의한다"며 이 대표의 의견에 동조했다. 김 대표는 "미시적 관점에서 보면 기업이 잘못하는 것도 있는 것처럼 보이나 한국 사회는 잘 성장하고 있다"며 "큰 방향에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두 대표는 창업을 하려는 후배들에게 "쉬운 돈은 없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돈에는 늘 이름이 써 있다고 봐야 한다. 초기에 경영이 어렵다고 아무 투자나 받으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스타트업 경영진이 하기 쉬운 실수인데 이지머니(쉬운 돈)는 없다. 기업의 계획과 철학에 맞는 투자 외에 아무 투자나 받으면 노비계약 비슷하게 된다"고 충고했다.

■기업의 질↑= 삶의 질↑

김 대표는 젊은 창업자들의 도전으로 기업의 또 다른 역할을 해낼 것을 주문했다. 재미있는 일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김 대표는 "우리 사회의 90% 이상은 어떤 형태이든 회사를 다녀야 하는데 그 사람들의 삶을 책임지는 것도 기업"이라며 "젊은 창업가들이 '내 아들도 다니게 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 행복한 직장을 만들면 우리 사회의 90%가 행복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젊은 창업자들이 만든 혁신적인 결과물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 기업들이 많으면 그만큼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며 "기업이 혁신할 것은 기업 자체"라고 부연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대담 2015년.. 그들의 대화]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 &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국민 메신저’ 이석우 카카오톡 대표, ‘경영하는 디자이너’ 김봉진 우아한 형제들 대표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49)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39)는 서로를 안 지 3년 정도 됐다고 한다. 사실 두 사람은 옛 네이버인 NHN에 같이 다녔던 인연도 있다. 김 대표는 "당시 이 대표가 워낙 높은 분이라 알고 지낼 사이는 아니었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래서 이 대표가 카카오로 옮긴 이후에야 제대로 알게 됐는데, 가끔씩 만나 의견을 나눌 만큼 각별하다.

이석우 대표는 기자생활을 잠시 한 뒤 미국 유학을 떠나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 정보기술(IT)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한국IBM에서 고문변호사로 활동한 이 대표는 네이버의 법무담당, 경영정책담당 이사를 거쳐 NHN 미국법인 대표이사를 지냈다. 2011년부터 카카오 공동대표를 맡아 월간 이용자수 4800만명을 넘어서는 국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등의 부흥을 이끌었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합병 이후 현재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김봉진 대표는 '2014 창조경제박람회'에서 청년기업인상 대통령표창을 받으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전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 최근에는 TV광고 등 획기적인 마케팅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스로 '경영하는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는 그는 실제 서울예대와 국민대 디자인대학원을 나온 디자이너다.
NHN과 네오위즈 등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다 창업을 시도했고 실패도 겪었지만 2010년 시작한 배달 앱 사업으로 지금은 골드만삭스에서 4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기대주로 떠올랐다.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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