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정치인 아베' 얼마나 아십니까

2015년, 올해는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 70주년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신년사에서 "새로운 국가 만들기를 향해 강력한 출발을 하는 한 해로 삼겠다"고 밝혔다. 아베가 추구하는 새로운 국가는 '전후 체제'(2차세계대전 패전 후 수립된 평화헌법하의 규칙·제도) 탈피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평화헌법 개헌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압승한 아베는 오는 9월 자민당 총재로 재선출되면 2018년까지 장기 집권이 가능하다. 대통령급 총리다. 과거, 현재, 미래에 걸쳐 일본과 정치·경제적 연결고리가 깊은 우리가 정치인 아베를 주시해야만 하는 이유다.

아베는 우리 시각으론 침략역사를 부정하는 강경 보수 정치가다. 그러나 인정하기 싫어도 아베 총리는 일본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국가 리더다. 일본정치학자인 노다니엘은 '아베 신조의 일본'이라는 책에서 "아베는 강성 정치가문의 유전자(DNA)를 물려받았다"고 평가했다. 아베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와 기시의 친동생 사토 에이사쿠는 전후 일본 정치를 좌지우지한 정치 거물이다. 아베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 역시 외무대신을 지냈다.

아베는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기시 노부스케를 꼽는다. 기시는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도조히데키 내각의 각료였다. 일본의 만주국 지배에 첨병 역할을 한 A급 전범이다. 기시는 전범 사형 집행 전날 불기소처분으로 목숨을 건졌다. 미국의 암묵적 지지를 받고 정계에 뛰어든 기시는 일본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60년 '전쟁 개입'의 단초가 되는 미.일 신안보조약을 성사시켰다. 또 기시는 1954년 보수대연합 자민당 탄생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자민당 초대 간사장이 기시였고, 현재 총재가 바로 아베다. 아베는 2006년 52세의 나이에 최연소 총리로 취임했지만 1년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이후 아베는 '진정한 보수정책연구회(현 창생일본)' 등 여러 보수단체에 관여, 강성 정치가로 변모했다. 2012년 재집권까지 5년여 동안 아베는 '자학적 역사관에서 벗어나 강성한 해양국가로 입지를 회복하겠다'는 전후체제 탈피의 기틀을 구체화했다.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평화 헌법 9조 개정이 그것이다. 또 역사교과서 왜곡, 종군위안부 사실 부정, 한·중·러와 영토분쟁 등 보수논리를 확립한 것도 이때다. '창생일본'은 아베 3기 내각 19명 중 7명(아베 포함)이 회원일 정도로 아베의 확고한 지지 기반이 되고 있다.

일본 헌법 개정은 의회의 3분 2 이상 찬성에 의한 발의와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아베는 개헌발의 요건을 '과반수'로 낮추고자 한다. 2016년 참의원 선거에서 연립여당 의석이 3분의 2를 넘으면 가능하다. 이미 중의원은 3분의 2(317석) 의석을 확보했다. 여기에다 2018년 일본 의회는 국민투표 행사연령을 18세로 낮추는 안건을 확정한다. 치밀하게 준비한 '정치가 아베'의 계산된 개헌 시나리오인 것이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 도발 우려, 중국의 군사력 팽창 등 동북아 정세불안은 아베에게 유리한 환경이 되고 있다. 미국도 '중국위협론'을 명분으로 일본의 군사력 확대에 수긍하고 있다.

아베로선 앞으로 3년이 개헌을 위한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2015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50년이 되는 해다. "일본에 대한 한국의 이해가 열악해지고 있다"는 일본 내 한국통들의 지적을 흘려들어선 안 될 때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