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2015 신년메시지] 고영회 대한변리사회장 "변호사에게 그냥 주던 변리사 자격, 연내 없앨 것"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07 17:34

수정 2015.01.08 09:29

세계 유례 없는 제도 '자동자격' 한국만 있어
변호사와 변리사간 밥그릇 싸움이 아닌 비정상을 정상화 하는 것
두 분야 교집합은 민법·민사소송법뿐
상표법·특허법 등 무시한 채 자격 남발
[2015 신년메시지] 고영회 대한변리사회장 "변호사에게 그냥 주던 변리사 자격, 연내 없앨 것"


"자동자격은 이미 수십년 전에 사라졌어야 할 제도입니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만큼 반드시 연내에 없앨 겁니다."

취임 2년차에 접어든 고영회 대한변리사회 회장(사진)의 어조는 단호했다.

지난 1년간 업계를 두루 살피며 준비 기간을 가졌다는 고 회장은 올해 결정적인 '한 방'을 준비했다고 자신했다.

그 '한 방'은 바로 자동자격 철폐.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을 주던 관행을 없애겠다는 이야기다.

■자동자격 폐해 결국 국민에게

붉은 벽돌의 아담한 2층짜리 건물은 소박하다 못해 초라했다.

건물 내부에 들어서자 썰렁한 냉기가 몸을 감쌌고 족히 수십년은 지났을 법한 인테리어도 눈에 들어왔다. 건물 구석구석을 뜯어보던 기자의 시선이 멋쩍었는지 고 회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대한변리사회 건물이 워낙 낡아 재건축을 추진중이긴 한데 경기가 어렵다보니 고민이 많습니다. 한국 변리사의 위상을 고려하면 급한 문제긴 한데…."

화제는 자연스럽게 변리사들의 위상에 대한 이야기로 옮아갔다.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 주로 알려진 것은 소송대리권, 즉 지식재산권 소송에 있어 변리사가 아닌 변호사들이 소송을 하는 것에 대한 문제였다. 지재권 전문가인 변리사를 배제하고 소송을 진행하다보니 전문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고 회장은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자동자격 제도를 꼽는다.

"자동자격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제도예요. 건국 초기나 전쟁 등 전문가가 극히 부족할 때나 쓰는 제도지 정상적으로 전문가가 배출되는데 왜 자동자격을 줍니까. 변호사와 변리사의 밥그릇 싸움을 하자는게 아니라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자는 겁니다."

그는 자동자격의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짊어지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리사 시험과 변호사 시험의 교집합은 민법과 민사소송법 2개뿐입니다. 변리사라면 당연히 알아야할 상표법, 특허법, 자연과학 등은 깡그리 무시하고 자격을 준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죠. 결국 이들에게 지재권 업무와 소송을 맡긴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겁니다."

최근 고 회장에게는 든든한 우군이 생겼다. 변호사 출신인 이상민 국회의원이 작년 12월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주어지는 세무사와 변리사 자격을 없애는 법안을 제출한 것이다. 변협은 즉각 반대 성명을 냈지만 고 회장은 이번엔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세계 5위 지재권 강국 위상 지켜야

그는 자동자격과 소송대리권 문제를 단순히 '밥그릇 싸움'이 아닌 큰틀에서 봐야한다고 역설했다. FTA를 통해 외국 대형 로펌이 국내에 진출해 합작 법인을 설립할 경우 국내 변리사들이 완전히 배제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지재권 문제가 가장 첨예하게 대두되는 중국과 FTA를 타결했습니다. 중국은 변리사보다 변호사 자격증을 얻는 것이 쉽기로 유명한 나라예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중국 변호사들이 몰려온다면 자동자격은 그야말로 재앙이죠."

세계 5위의 지재권 강국 위상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해외 행사를 가보면 한국의 지재권 현황에 대해서 다들 관심이 높습니다. 세계 5위라는 타이틀은 쉽게 얻을 수 있는게 아니거든요. 지재권 인재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줘야 하는데 그런 여건이 전혀 형성되지 않아요."

그는 주무부처인 특허청에도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무엇보다 변리사 의무 연수 관리 감독이 허술하다는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변호사들은 자동자격으로 변리사 자격을 취득한 후 의무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대부분 이를 무시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3년기준 2844명의 변호사 출신 변리사 가운데 의무연수를 한 시간도 듣지 않은 사람은 86.9%에 이른다.

같은 기간 변리사들은 2613명 중 2239명이 교육과정을 마쳤다. 의무 교육을 받지 않는 것은 변리사법 위반으로 과태료 부과 대상이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특허청의 대응이 굼뜨다는 것이다.
"법을 지켜야만 잘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저희의 바람입니다. 법을 안지켜도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알기위해 법을 공부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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