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팬택 매각이 안타까운 이유

기자의 특성상 2~3년마다 다른 부서로 옮기면서 취재하게 된다. 그런데 가는 부서마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기업을 한둘은 만나게 된다.

건설사, 해운사에서 법정관리와 관련된 서글픈 사연들을 충분히 들었다고 생각하고 정보기술(IT) 분야로 옮겨오니 이제는 또 '팬택'이 있다.

그전에도 법정관리 기업에 다니는 사람을 많이 만났기 때문에 안타까운 사연은 수도 없이 들었다. 결혼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남편이 다니는 건설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신혼의 단꿈이 깨져버렸다는 새댁의 사연부터 임금삭감과 임금체불 등으로 주택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이야기까지 수두룩하다.

그런데 팬택을 겪으면서 색다른 경험이 생겼다. 여러 법정관리 기업을 취재하면서 그 기업을 꼭 살려야 한다는 대중적 공감대를 얻고 있는 기업은 잘 볼 수 없었는데, 팬택은 달랐다.

많은 사람이 팬택의 법정관리에 대해 안타까워했고 "내가 한 대라도 팔아줬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하는 사람을 여럿 보게 된다. 국민이 팬택에 대해 느끼는 애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그 이유가 무엇일지도 궁금했다.

팬택은 국내 협력사가 550여개에 달해 파산하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업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팬택은 '1세대 벤처 신화'란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 사회적 가치가 큰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수차례 위기의 순간에 재기하는 저력을 발휘했다는 것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유일 테다. 다행스럽게도 새 주인을 애타게 기다렸던 팬택이 드디어 매수 희망자와 매각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매수 희망자가 대부분 해외업체여서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팬택은 국내외 등록특허 4985건 등 총 1만4573건의 출원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업체에 넘어갈 경우 팬택이 보유한 스마트폰 제조기술력과 특허, 연구개발(R&D) 인력은 고스란히 중국에 유출되게 생겼다.

물론 당장 직원들이 실업자 신세가 되는 것을 피하려면 어디든 매각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해외업체에 매각될 경우 국내 스마트폰산업이 삼성과 LG에 종속되는 형태가 되고, 국내 소비자의 선택권은 줄어들 것이다.
부품업체 역시 가격협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장기적 관점에선 기술만 빼앗긴 채 언제 문 닫을지 모르는 생산기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팬택이 주는 상징성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다는 것. 그 무형가치가 사라지는 것이 큰 손실일 것이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