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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사막마라톤 12회 완주한 구청 공무원 김경수 씨 "모래알이 꼭 인생사와 닮았더군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20 17:09

수정 2015.01.20 17:09

[fn 이사람] 사막마라톤 12회 완주한 구청 공무원 김경수 씨 "모래알이 꼭 인생사와 닮았더군요"

"사막 모래알을 유심히 보세요. 인간사만큼이나 냉혹한 양육강식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몇 년간 사람들과 부대끼며 겪는 희로애락이 사막 마라톤 5박7일 안에 담겨 있습니다." 강북구청 주거환경관리팀장인 김경수씨(52·사진)는 사막·오지 마라톤을 12번 완주한 독특한 이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18일 구청이 위치한 서울 수유역 근처 카페에서 만난 김씨는 "이달 초에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며 인사를 건넸다. 220~270㎞에 달하는 사막을 12번이나 달린 마라토너라 하기에는 특출할 것 없어 보이는 평범한 50대 공무원이었다.

김씨는 지난 2003년 북아프리카 모로코에 있는 사하라 사막 243㎞ 레이스를 처음 완주한 후 지난해 여름까지 나미브사막, 고비사막, 앙코르와트 정글, 미국 그랜드캐니언,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 등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아시아 전역을 걷고 뛰었다.
이 중 4번은 시각장애인의 손을 잡고 함께 달려 완주했다.

지옥의 레이스는 2009년 남아프리카 나미브사막 경주 때였다. 김씨는 "날개를 펼치면 참새만 한 메뚜기떼가 휩쓸고 가기도 하고 먹이가 부족해 종족을 서로 뜯어먹는 모습도 봤다"며 "침낭 위에서 짝짓기를 하는 전갈들을 보고 기절할 뻔했다"고 회고했다.

4000m 넘는 고지대에 있는 남미의 아타카마사막도 고역이었다. 말만 사막이지 추운 협곡을 지나갈 때 발이 얼어붙는 어려움을 감내한 레이스였다. 낮에는 최고 58도, 밤에는 영하 7~8도로 온도가 떨어지는 일도 다반사. 사막은 아름다운 모래언덕, 석양 아래 비치는 낙타의 실루엣을 떠올리기엔 지나치게 가혹한 자연환경이었다.

10년 넘게 꾸준히 사막을 달린 이유를 묻자 "일상이나 사막이나 다를 바 없어서"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답변이 나왔다. 김씨는 "다른 사람들이 책과 사람, 여행을 통해 목표를 이룬다면 저는 사막 레이스라는 가혹한 여행을 통해 꿈을 이룬다"며 "레이스를 통해 삶의 지혜를 단기간에 터득할 수 있다. 대범해졌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에게 사막 마라톤은 '일상의 틀을 벗어나 또 다른 일상을 만나게 되는 과정'이다.

그는 그간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자 책도 펴냈다. 고된 일정을 마치고 베이스캠프에 돌아와 깨알같이 적어내려간 매일의 기록들은 저서 '미쳤다는 말을 들어야 후회 없는 인생이다'에 오롯이 담겼다.
현재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의 셰르파(익스트림팀)로도 활동 중이다. 처음 사막에 발을 디뎠을 때 6~7세였던 큰아들은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된다.
"어릴 적 아들이 수업시간에 '아빠가 갔던 모로코 사하라 사막'을 가보고 싶은 외국이라고 얘기했다더군요. 녀석이 대학교에 가면 제가 처음 갔던 사하라 사막 대회에 함께 출전하려고 합니다."

hiaram@fnnews.com 신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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