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기존 생태계 파괴하는 우버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26 17:20

수정 2015.01.26 17:20

[기자수첩] 기존 생태계 파괴하는 우버

"우버(Uber)는 한국의 법 체제를 존중하고 있으며 최대한 협력할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말 검찰이 차량공유 애플리케이션(앱) 우버를 '불법 운송사업' 혐의로 기소하자 우버 측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입장이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과연 우버가 스스로 강조했던 '존중'이란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우버는 승객과 차량을 앱을 통해 연결시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업체다. 이 업체의 한국 지사 우버코리아는 얼마 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위치정보보호법 위반으로 형사고발됐다.

개인의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서비스를 하려면 한국의 위치정보법에 따라 신고 의무가 있는데, 우버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문제는 위치정보 사업자 미신고 논란이 수개월 전부터 있었음에도 우버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방통위가 유권해석으로 고심하던 지난해 초부터 1년여 동안 우버는 당국과 어떠한 접촉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히려 그 사이 우버는 자신들의 사업이 '공유경제에 적합하다'며 사업원칙만 강조하면서 정부는 물론 생태계 참여자들과 마찰만 키웠다.

우버는 지난 2013년 8월 앱을 통해 택시가 아닌 고급차량 또는 일반차량으로 교통수단을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를 서울에 선보였다. 그때만 해도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기존 택시의 승차거부와 불친절한 서비스에 지친 이용자들은 호감을 보였다.

그러나 문제를 일으킨 것은 우버의 태도다. 법률적으로 미비하다고 지적하는 정부를 향해 '옳은 사업을 하려는데 너희 법은 왜 딴지를 거느냐'고 대응했다. 수조원대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신규 성장사업으로 인정을 받더라도, 정작 사업을 실현하는 것은 생태계 참여자들을 설득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독불장군은 잠깐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지만 사업을 영속적으로 운용할 수 없다.

기존 운송사업을 하는 택시사업자는 물론이고 해당 국가의 법률을 무시하면서는 절대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그래서 정보기술(IT)을 적용한 신규 사업은 파괴자이면서 동시에 설득자여야 한다.

그러나 우버는 설득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우버가 기존 생태계를 파괴하는 IT융합형 신사업의 대표명사로 자리잡아, 신규 융합사업 전체가 파괴자로 매도당하도록 하는 촉매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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