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특별기고] 의정부 아파트 화재로 본 주차정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27 16:34

수정 2015.01.27 16:34

[특별기고] 의정부 아파트 화재로 본 주차정책

지난 10일 경기 의정부시 화재로 1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화재 당시 소방차가 화재를 진압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골든타임인 5분을 훌쩍 넘은 17분이었다.

문제는 늑장 출동이 아닌 불법 주정차 차량에 의한 조기 화재진압의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의정부 화재는 건물구조의 내연성 취약 등에도 원인이 있지만 소방차가 조금이라도 일찍 진압에 나설 수 있는 도로환경이었으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중앙소방본부는 골든타임제 도입, 강제 견인차량 보유,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여전히 현장진입 지연으로 인한 연소 확대 사례가 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의정부 화재건물은 건축규제를 완화한 도시형생활주택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의 주차장 건설기준은 주차장 완화구역에 건설할 경우 연면적 200㎡당 1대로 일반 공동주택 기준인 85㎡당 1대보다 주차면을 반 이상 적게 건설할 수 있다.

주차장 건설비용을 줄일 수 있어 입주자 역시 조금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즉 도시형생활주택은 1~2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도심지역 역세권에 건설돼 저렴한 주택공급 및 편리한 대중교통 이용을 통해 개인 승용차 이용 억제정책 등을 위해 시행됐다.

그러나 도시근로자들의 개인별 차량보유율이 계속 증가, 도시형생활주택의 주이용층인 1~2인 가구는 3가구 중 1가구가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도시형생활주택 내 주차공간을 배정받지 못한 가구는 인근도로에 불법주차하고 있어 혼잡이 늘고 있다. 도시형생활주택 건설 취지와 입주자 현황이 불일치하는 단적인 예다.

서울시 주차통계를 보면 2013년 기준 자동차 등록대수 대비 주차장 확보율은 126%로 주차면이 충분한 것으로 보이지만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은 약 97%로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 세분화해 주택 규모별 주차장 확보율을 보면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형은 74%, 60㎡ 이상 85㎡ 이하 주택형은 84%로 주차면이 자동차 수보다 적다.

여기서 말하는 주차장 확보율은 등록된 자동차 대수와 주차면을 100% 활용할 경우이기 때문에 실제로 시민들이 체감하는 주차면 확보율은 이보다 작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의 주차장 확보율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오피스시설이 있는 업무시설 및 상업시설은 주차면 확보가 부족하지 않지만 주거지역의 주차면 부족은 불법주차로 이뤄져 긴급자동차 진입 지연, 이웃 간 갈등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주차 문제는 토지이용에 따라 분리해 이해해야 하는데 지금의 주차정책은 주거지·상업지 구분 없이 공급위주로 이뤄지고 있고, 특히 대중교통 접근이 쉬운 상업지 주변에서 신규건물 건설로 주차면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제 차량 2000만대 시대 도래를 앞두고 주차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도심.상업지역은 대중교통 접근성을 감안해 주차공간을 줄이는 수요관리정책을, 주거지역은 안정적 주차를 위한 공급관리정책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동의 시작과 끝인 주차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해 주거지 도로환경 구축 및 도시 전체 교통체계의 선순환을 이루는 정책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사건을 통해 규제완화 정책에 대한 보완대책 강구 및 적극적 정책 지원으로 또다시 시민들이 안전을 위협받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박상우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