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찬 칼럼]

직언총리, 믿어도 될까요

唐태종, 신하들 쓴소리 포용.. 이완구, 위징 같은 배포 있나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총리 내정 직후 가진 기자회견(23일)에서다.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총리의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말도 했다. 뜻밖이다. 나는 이 후보자를 둥글둥글한 사람으로 봤다. 야당도 이례적으로 그의 후보 내정을 환영하지 않았나. 지난해 말 청와대 모임에선 박근혜 대통령을 '각하'라고 불러 구설에 올랐다. 그런 그가 직언을 다짐하는 게 어색해 보인다.

하지만 이왕 직언을 결심했다면 반길 일이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은 소통 부족이다. 이 후보자가 대통령과 민심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제대로 하면 좋겠다. 그러려면 쓴소리를 입에 달고 살아야 한다.

역사상 직언의 대가를 꼽으라면 중국 당나라 초기의 위징(魏徵·580~643년)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당 태종을 도와 이른바 정관지치(貞觀之治)의 태평성대를 열었다. 위징은 태종이 질릴 만큼 간언 속사포를 쏘아댔다. 태종과 신하들의 대화를 기록한 '정관정요'(貞觀政要)엔 위징의 간언이 300여회에 이른 것으로 나온다. 정관 2년 태종은 10대 후반의 절세가인을 후궁으로 맞으려 했다. 위징은 그녀가 이미 다른 남자와 약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황급히 궁궐로 들어가 딴죽을 건다. 아무리 황제라도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사람을 가로채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 태종은 즉시 조서를 내려 그녀를 약혼자에게 돌려보냈다.

한번은 태종이 장정을 대거 징집하라는 명을 내렸다. 위징은 조서를 틀어쥐고 명을 거역했다. 태종은 짜증을 냈다. 그러자 위징은 '연못 속 물고기' 비유를 들었다. "연못 속의 물을 말린 뒤 물고기를 잡으면 결코 잡지 못할 일이 없지만 이듬해엔 씨가 말라 한 마리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을 다 군대로 보내면 세금과 부역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위징의 말에 태종도 징집령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사실 위징보다 더 큰 인물은 태종이다. 태종의 포용력은 초인적이다. 여느 군주라면 용의 비늘, 곧 역린을 수도 없이 건드린 위징을 진작에 요절을 냈을 거다. 하지만 태종은 달랐다. 위징이 죽자 태종은 신하들에게 말했다. "구리로 거울을 만들면 의관을 단정하게 한다. 역사를 거울 삼으면 천하의 흥망을 안다.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자기 자신을 알아 허물을 막을 수 있다. 위징이 세상을 떠났으니 나는 거울 하나를 잃었다." 그러면서 태종은 엉엉 울었다고 전해진다.

이 후보자는 1400년 전의 위징보다 여건이 좋지 않다. 그는 박 대통령의 매운 눈초리를 이겨내야 한다. 직언을 위해 대통령과 대면보고 기회를 잡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전화 한 통으로 빨리 하는 게 편할 때가 있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다(1월 12일 신년 기자회견).

총리 내정이 발표된 뒤 이 후보자는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국회 사무실을 찾았다. 세월호법 타결에서 보듯 둘은 근래 보기 드문 콤비 플레이를 연출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 후보자에게 책을 건넸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쓴 '최고의 총리, 최악의 총리'라는 책이다. "역대 총리 가운데 '밥값'을 제대로 한 사람은 이회창.이해찬 전 총리 정도다. 대부분 법에 정해진 권한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의전총리, 대독총리에 그쳤다"는 게 정 의원의 평가다.

'대쪽' 이회창 총리는 김영삼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친 끝에 4개월 만에 경질됐다. 총리 노릇을 제대로 하려다 탈이 났다. 대한민국 총리들의 팔자가 그렇다. 쓴소리를 좋아할 보스는 없다. 위징은 "간언이 격하고 절박하면 비방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왕의 노여움을 사면 목숨이 위태롭다. 그래도 위징은 운이 좋았다. 태종의 포용력은 바다처럼 넓었다.
위징 사후 태종은 신하들에게 "예전의 위징처럼 나에게 옳고 그름이 있으면 직언하고 은폐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직언 환경에 관한 한 이 후보자는 운이 좋은 편이 아니다. 그가 이회창형 총리가 될지, 정홍원형 총리가 될지는 금세 드러날 것이다.

paulk@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