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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크림빵 할아버지' 용서가 더 빛났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30 16:54

수정 2015.01.30 16:54

이른바 충북 청주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의 용의자 허모씨(38)가 29일 밤 자수했다. 지난 10일 오전 1시30분 사건이 발생한 뒤 19일 만이다.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데는 네티즌의 힘이 컸다. 강모씨(29)는 임신 7개월 된 아내에게 주기 위해 크림빵을 들고 귀가하다 뺑소니 차에 치여 참변을 당했다. 강씨는 강원도의 한 사범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중 아내가 임신하자 화물차 기사로 일해왔다.

경찰이 즉각 수사에 나섰음은 물론이다.
네티즌도 이 같은 사연을 전해듣고 자동차 동호회원 등을 중심으로 용의차량을 추적했다. 경찰이 새로 확보한 폐쇄회로TV(CCTV)를 분석한 결과 뺑소니 차량이 당초 지목했던 BMW가 아니라 흰색 윈스톰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먼저 허씨의 부인이 TV를 보고 112에 "남편이 사고를 낸 것 같다"는 신고전화를 했다. 허씨는 집을 나섰다가 밤늦게 경찰서를 찾아와 자수했다. 경찰은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5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고, 강씨 유족도 3000만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사건의 실마리는 네티즌이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 사고 지점에서 180m쯤 떨어진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직원이 인터넷 기사에 "우리 회사에도 도로변을 촬영하는 CCTV가 있다"는 댓글을 달았다. 경찰이 이 차량등록사업소에서 관련 CCTV 파일을 가져가 분석한 끝에 용의차량을 윈스톰으로 특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마터면 사건 수사가 장기화될 수도 있었는데 네티즌의 제보로 일단락지었다고 할 수 있다.

숨진 강씨의 아버지(58)는 오히려 피의자 허씨를 위로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강씨는 "잘 선택했다. 자수한 사람을 위로해 주러 왔다"면서 "언론을 통해 자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식구들이 모두 박수를 보냈다"고 말했다. 뺑소니 사건이 발생한 이후 매일 사건현장을 지키며 숨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묻고 눈물을 삼켰을 아버지가 건넨 첫마디다. 강씨는 "잡히지 말고 자수하기를 신께 간절히 기도했다"고도 밝혔다.

우리 사회가 메말랐다고 해도 이처럼 범인을 용서하는 사람도 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실천한 셈이다.
네티즌도 아버지 강씨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크림빵 할아버지의 발언은 이 시대에 용서가 가지고 있는 힘이 어떠한지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용서의 힘은 분노를 가라앉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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