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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수술실의 윤리는 어디로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30 16:54

수정 2015.01.30 16:54

[여의도에서] 수술실의 윤리는 어디로

최근 인천의 한 산부인과 수술실에서 수술용 도구인 고압멸균기 오토클레이브에 계란을 삶아 먹은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이 사진은 지난해 9월 찍은 것인데 최근 주부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논란이 됐다. 사진에는 수술용 소독포 위에 삶은 계란 몇 개와 소금이 놓여있었다. 사진에 첨부된 글에는 '오토클레이브에 삶아 먹는 계란이란…'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수술용 도구를 소독하는 의료기기에 계란을 삶아 먹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분노했다.

이와 비슷한 사건은 얼마 전에도 있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된 서울 강남 J성형외과 '수술실 생일파티' 사진이 올라왔던 것이다. 이 성형외과에서는 수술실 안에 환자가 누워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술 보형물을 자신들의 몸에 갖다대고 병원장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케이크를 들고 찍은 모습도 함께 공개됐다.

문제는 사진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간호조무사들이 이 행동들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재미 삼아 자신들의 일상을 SNS에 올린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무너진 수술실 권위로 인해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사진을 보면서 생사를 왔다갔다하는 수술실에서 '마취상태로 있는 동안 저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하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의료윤리교육 부재와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산부인과의 경우 보건소에서 처벌규정이 없어 병원을 상대로 행정처분이 아닌 행정지도를 받았다고 한다. 성형외과 생일파티 사건의 경우 해당 의사와 간호조무사는 최장 1년간의 자격정지 처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또 두 사건 모두 간호조무사가 인터넷에 사진을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간호조무사에 대한 부실교육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간호조무사의 경우 학원에서 740시간의 학습시간을 채우면 시험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허위출석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소한의 윤리교육을 받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또 간호조무사는 보수교육이 의무화돼 있지 않다. 따라서 수술실 인력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감독할 의사에게도 주기적인 윤리 교육과 검증을 실시해야 한다. 모든 진료를 관리하는 의사가 올바른 윤리의식과 가치관을 가진다면 간호사와 직원들의 일탈 행위를 충분히 제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실 생일파티 논란이 벌어지자 보건복지부는 뒤늦게 성형외과 전문의 과정을 밟는 전공의에 대한 윤리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전공의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을 일부 개정하는 과정에서 성형외과 전공의들은 수련기간 윤리교육을 1회 이상 받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오는 3월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현재 2~4년차 전공의들은 이 기준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또 다른 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데 당장 문제가 된 과만 적용한다는 것도 문제다.

영국에서는 진료실이나 검사실에서 환자를 안심시키고 진료 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족 등이 함께 참여하는 '샤프롱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의료현장에서 의료인이 지켜야 할 행동수칙을 상세히 규정하고 교육한다.

우리나라 병원들은 의료기술이 이제 세계적 수준에 올라있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정작 환자보호는 아직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생활경제부 차장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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