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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갑을 관계'와 청렴

윤정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01 16:48

수정 2015.02.01 16:48

[차관칼럼] '갑을 관계'와 청렴

연초부터 '갑을 관계'가 화두이다. '갑을 관계'란 본래 대등한 계약 관계를 뜻하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월적 지위에 있는 '갑'과 상대적 약자인 '을'간의 관계로, 업무상 부당한 지시나 인격적인 모욕에 이르기까지 갑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할 수 있는 관계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땅콩회항' 사건 등 언론에 드러난 이러한 행태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갑의 횡포를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종종 체험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잘못된 갑을 관계는 부정과 부패를 먹고 자란다는 사실이다. 특히 자신의 자리를 우월적 지위로 인식하는 공직자는 위민(爲民)이 아닌 위세(威勢) 행정을 펼치게 되고, 이는 부정한 청탁과 부패행위로 이어지기 쉽다.
잘못된 갑을 관계가 형성된 사회에서 개인은 더 큰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부당한 요구에도 응하게 되고, 또 이를 무마하기 위한 편법을 동원하게 되기 때문이다.

갑의 우월적 지위로부터 비롯된 잘못된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 우선 공직자들부터 서비스 정신으로 임하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청렴을 실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올해 보다 적극적으로 공직자의 솔선수범과 깨끗한 사회 정립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우선, 고위공직자부터 청렴 실천을 위해 솔선수범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건전한 경조 문화 조성을 위해 앞장서 노력하도록 하고, 직무와 관련한 강의 시 강의료를 받지 않도록 선언하며, 공직을 시작하면서 청렴서약을 하도록 하는 등 자율적 실천노력을 유도함과 함께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가칭)'장관행동강령'을 제정해 공직사회의 반부패 의지가 보다 효율적으로 실천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매년 실시하는 부패인식도 조사의 지난 5년간 결과를 보면 공직사회가 부패했다고 생각하는 일반 국민은 무려 55.4%에 달하는 반면, 공직자들은 3.3%만이 그렇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직자들이 생각하는 청렴에 대한 개념이 일반 국민들과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공직자들이 국제사회의 반부패 라운드에 부응하는 올바른 청렴의 개념을 정립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식을 교육받아야 할 필요성을 확인해주는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이에 권익위에서는 공직자들에 대한 청렴교육을 의무화해 청렴을 실천하는 공직사회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참여형 반부패 프로그램을 운영, 공직자들의 청렴 실천을 촉구하고자 한다.

이러한 공직사회의 변화와 함께 전(全)사회의 부패친화적 문화를 바꿔줄 수 있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현재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법은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를 차단하기 위한 엄격한 기준과 실효성 확보 방안을 제시해 줌으로써 우리 사회의 청렴문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이 법이 제정돼 무리 없이 정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행령 등 하위규정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다. 법이 적용되기까지 1년의 기간이 있는 만큼 이 법의 구체적인 사항들을 시행령 등으로 정리하고 또 그 내용을 적극적으로 교육.홍보함으로써 실효성 있는 법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작금의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이 결국에는 깨끗한 사회, 희망의 새시대에 대한 국민적인 열망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믿으며, 오히려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공직자들부터 항상 국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일하는 자세를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부정이 사라질 것이며, 왜곡된 갑을 관계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갑과 을이 상생하는 건전한 동반자 관계가 되고 서로 신뢰하는 관계가 될 때, 박근혜정부가 추구하는 국가혁신도 완성될 수 있다.

곽진영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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