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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연말정산액=0원' 맞추는 것은 불가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01 17:01

수정 2015.02.01 21:26

개인 소득·소비 정확한 예측 힘들어..

세금 애초에 딱떨어지게 산정, 연말정산 환급 없앨순 없나




#. 연봉 3500만원(근로소득 2300만원)을 받는 A씨는 올해와 작년 연말정산액 차이가 30만원 이상 난다. 원인은 의료비다. 2013년 300만원의 의료비를 지출한 A씨는 2014년엔 병원을 한 번도 안 갔다. A씨는 지난해 연말정산에서는 34만5000원(의료비공제 한도인 230만원에 대해 15%의 세율을 적용한 금액)을 돌려받았지만 올해는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최근 연말정산 '대란'의 근본적 원인은 세금을 미리 잘 걷지 못해서다. 개인별 소득과 소비 행태에 따라 지불해야 하는 세금을 정확히 예측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된 것은 환급 여부였다. '연말정산=용돈'이라는 공식이 깨졌기 때문이다. 환급은 한마디로 '더 많이 떼인 돈을 받는 것'이다. 낼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낸 납세자에게는 일종의 기회비용이다. 그동안은 납세자들이 환급에 대해 "왜 세금을 많이 뗐느냐"는 비판을 하는 대신 '13월의 월급'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를 정부도 내심 즐겼다. 그러다 연말정산이 '13월의 폭탄'으로 바뀌면서 설득에 실패, 대란으로 이어진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연말정산은 더 낼 것도, 더 받을 것도 없는 '연말정산=제로(0)'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과세 당국도 "연말에 더 내거나 받을 돈을 0원으로 만들면 가장 깔끔하다"고 토로했다. 이상은 실현될 수 있을까.

■'연말정산=0원', 안 하나 못 하나

1일 기획재정부와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연말정산을 0원으로 하는 것은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하다. 그해 소득 수준과 소비 행태는 국가는 물론이고 본인도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정규직의 경우는 그나마 예측가능한 편이지만 비정규직·계약직의 경우 소득 수준을 파악하기는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정규직 중에서도 성과급 비중이 높은 근로자의 경우에는 계산이 힘들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당장 본인이 얼마의 성과급을 받을지 예측하기 힘든데 세금을 미리 거둬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과세는 간이세액표를 근간으로 한다. 미완성 세액표라는 뜻이다. 사람마다 사정이 다르고 한 사람이라도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세액표는 '간이'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엔 '평균'의 개념이 적용된다. 간이세액표를 만드는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 관계자는 "개인마다 소득수준이 다르고 환경이 달라 개인별 세액표를 만들 수는 없다. 때문에 소득구간을 설정해 세율을 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월말정산·분기별정산 가능성은

해마다 내야 하는 세금을 계산하기 힘들다면 연말정산이 아닌 월말정산, 분기별정산은 어떨까. 기재부 세제실의 한 관계자는 "한 해 한 번 (연말정산을)하는데도 문제가 나오는데, 분기별정산이나 월말정산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내야 할 세금과 낸 세금의 차이를 줄이기 힘들 뿐더러 연말정산과 같은 과정을 1년에 네 번 이상 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 불편만 가중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1년에 한 번 이상으로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연말정산을 하는 근로자의 비율은 전체 국민의 3분의 1이다. 총 2000만명의 연말징수 대상 중 직장인이 1600만명, 사업자가 400만명 정도다. 사업자의 경우 한 해 두 번 신고 절차를 거친다. 11월 반기별 신고를 하고, 5월에 확정 신고를 한다. 신고 소득에 근거해 과세하기 때문에 연말정산에 대한 잡음이 상대적으로 적다. 정확한 계산을 위해 연말정산을 아예 후불제로 하는 것에도 부작용이 있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말정산을 후불제로 하게 되면 1~2개월 월급, 많게는 3개월치 월급이 한 번에 떼일 수 있는데 그걸 누가 용인하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1년에 한 번 정산하는 현재 제도가 바뀌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2013년 정부가 '많이 걷고 많이 주던' 방식에서 '덜 걷고 덜 주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지난해 연말정산 당시에도 현재와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당장 손에 쥐는 돈이 적어지자 불만이 높았다. 이때도 정부는 "어쨌든 받지 않느냐"하는 태도를 취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외국에도 비슷한 형식의 연말정산 제도가 있다. 하지만 환급을 13월의 월급이나 용돈으로 인식하는 문화는 아니다.
오히려 써야 할 돈을 미리 떼가는 데 대해 불쾌함을 표출한다. 환급을 손해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김재진 본부장은 "납세자 입장에서 환급은 결코 환영할 만한 제도가 아니다"라면서 "진짜 '조삼모사' 사례가 바로 이거다"라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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