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ICT산업에 칼 빼든 공정위, 방통위 내심 불편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04 15:29

수정 2015.02.04 17:04

ICT산업에 칼 빼든 공정위, 방통위 내심 불편

ICT산업에 칼 빼든 공정위, 방통위 내심 불편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당장은 구글, 애플등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시장 독과점 문제를 살피겠다는게 골자다.

그러나 공정위가 그동안 ICT 산업 관련 KT, SK텔레콤, LG U+ 등 통신 3사의 요금담합이나 휴대폰 값 등 소비자 보호와 밀접한 부분에서 칼날을 휘둘러 왔던 터라 앞으로 공정위가 ICT 산업 관련 규제 보폭을 넓히려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4일 공정위 관계자는 "ICT 분야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제한성 입증 등에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부 ICT 전문가와 베테랑 조사 담당등을 배치해 'ICT 분야 특별전담팀(TF)'을 구성하고 이달 중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 경제의 글로벌화가 확산되면서, 해외 사업자의 활동이 국내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글로벌 독과점 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국내시장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집중 점검하려는게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공정위는 사무처장을 단장으로 하는 TF를 구성 중이다.
현재 2명의 인원이 확정됐고 추가적으로 인원을 더 배치할 방침이다.

■모바일OS, 플랫폼 시장 정조준

일단 공정위는 국내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에서 구글, 애플 등 상위 2개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지난해 6월 기준 99.5%에 달하고 있어 이에대한 조사에 집중할 계획이다. 모바일 OS시장 독과점 문제는 유럽연합(EU) 경쟁당국도 구글과 애플을 상대로 면밀히 조사를 벌이고 있는 분야다.

특히 플랫폼 분야는 기술 선도자가 시장을 쉽게 독점하고 금융과 콘텐츠 등 인접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독과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게 공정위의 계획이다.

■SW 시장도 타깃

이와 함께 공정위는 독과점적 소프트웨어(SW) 사업자 및 기술표준 보유 사업자의 독점적 남용행위도 살피기로 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사업자의 소프트웨어 끼워팔기 행위, 기술표준 보유 사업자의 특허권 남용행위 등 위법행위 발견 시 엄중 조치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표준필수특허로 형성된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거나 실시권자로부터 표준특허와 무관한 부분까지 포함해 부당하게 높은 로열티를 수취하는 등의 행태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공정위 영향력 얼마나 넓힐까 '촉각'

그동안 ICT 분야 방송통신위원회가 직접 규제하지 못했던 구글, 애플 등 글로벌 사업자에 대한 공정위의 집중 조사 움직임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일단 환영이다. 방통위의 규제권한이 사실상 국내로 한정돼 있어 글로벌 기업에 대한 조사·규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공정위의 'ICT 분야 특별전담팀(TF)'이 영향력을 얼마나 넓혀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통신 산업을 비롯해 ICT 산업 전반에 대한 독과점 등 규제는 방통위가 담당하는 영역이다. 세계적으로도 통신을 포함한 ICT 분야는 특수규제와 사전규제등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독립적 규제기관을 두고 있는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공정위가 글로벌 ICT 업체 단속을 이유로 잔담팀까지 꾸려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ICT 산업 전반으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사전포석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ICT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에 관해 다루는 공정위가 굳이 ICT 업계 전담팀까지 만들어 업계를 들여야 볼 당위성이 있는 지 궁금하다"면서 "앞으로 또 다른 시어머니를 모시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방통위도 내심 불편한 기색이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자에 대한) 관련 법령이 없어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공정위가 직접 ICT 전담팀을 구성한다고 해 당황한 게 사실"이라며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런 지적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주로 글로벌 사업자들, 예를 들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 운영체제(OS)나 소프트웨어(SW), 장비 등 거대 글로벌 사업자들의 국내 활동을 점검할 예정"이라면서 "업계 전체를 조사하는 게 아닌 만큼 업계에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yes@fnnews.com 황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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