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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상정에 전운 감도는 국회…상임위 충돌 재연되나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05 16:44

수정 2015.02.05 16:44

'관피아 척결'을 위한 이른바 김영란법(공직자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금지)이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면서 국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김영란법을 심사한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김영란법의 원안(정무위안) 통과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는 반면 법사위는 김영란법의 적용범위가 사립학교 교원·언론인 등 민간영역으로 확대된 것을 '과잉입법'에다 '위헌'으로 규정, 김영란법 손질을 본격화할 태세다. 법사위 전문위원도 김영란법의 적용대상 뿐만 아니라 금품수수 주체, 금품수수 처벌 등 김영란법 원안(정무위안)의 핵심 내용을 조목조목 위헌이라고 지적하고 나서 법사위가 김영란법의 '대폭 수정'에 나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 경우 국회법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정무위와 법사위가 정면충돌하면서 2월 임시국회 전체가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법사위…"집단광기 브레이크 필요"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이날 김영란법 상정에 앞서 "위헌 법안이나 엉터리법, 결함 있는 법이 생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법사위의 책무로, 그 임무를 충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위원장은 국회법에 명시된 법사위 권한을 거론하며 "헌법·법률을 포함한 전반적 법체계의 위반 및 모순, 충돌 여부를 심사하게 돼 있으며 보편적 규범도 마땅히 심사 기준이 되는 것"이라며 "다른 상임위에 계신 분들도 이를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정무위의 법사위 월권 논란에 대한 정면 반박하는 것으로 법사위의 권한에 따라 김영란법을 수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위헌 법률이 생산되면 누가 책임 지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집단광기의 사회와 무한과속에 대한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김영란법 원안를 요구하는 여론을 집단광기에 빗대 논란이 예상된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더 나아가 부정청탁 금지 조항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2소위로 회부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김 의원은 "5조 부정청탁금지는 시민들이 관공서에 가서 말 한 마디 못하게 만드는 법"이라면서 "가뜩이나 공무원이 복지부동인데 이런 법이 생기면 이제 (시민들의) 말 조차 듣지 않을 거고 그 피해는 부메랑처럼 시민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사위 수석전문위원도 이날 검토보고서를 인용해,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광범위하고, 금품수수 금지 주체는 헌법상 평등 원칙에 위배되며, 금품수수 일률 처벌 조항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했다. 또 공직자의 가족이 공직자와 직무 관련성이 있는 금품을 받고, 공직자가 이를 인지하면 신고 의무를 부과한 것도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는 등 정무위가 통과시킨 김영란법의 핵심 조항의 문제를 조목조목 걸고 넘어졌다.

■정무위 반발…제2의 법사위 월권 논란 재연되나

정무위는 법사위의 '김영란법 재심사'를 월권행위로 보고 당장 반발할 태세다. 정무위가 심사해 법사위로 넘긴 김영란법에는 과잉입법도 위헌소지도 없다는 것이 정무위 공식 입장이다.

아울러 정무위는 오는 23~24일 양일 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분리입법으로 김영란법에서 빠진 이해충돌방지 조항 심사에 나설 예정으로, 김영란법(정무위안)에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병합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방침도 세워놓은 상태다.

김영란법 통과를 주도한 정무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김기식 의원, 같은 정무위 소속 민병두 의원은 지난 2일과 3일 연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란법 원안(정무위안) 처리를 압박하기도 했다. 김영란법의 법사위 상정을 앞두고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김 의원 기자회견에는 당내 강경파·소장파 의원이 모인 '더 좋은 미래' 의원들도 동참해 같은 당 소속인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김영란법 원안 대폭 수정을 강행할 경우 당 내 내홍으로 비화될 우려도 제기된다.

더 좋은 미래는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에 모든 언론인 종사자가 포함되면서 언론의 자유를 해친다는 이 위원장의 발언에 "언론의 자유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또 적용대상에 사립학교 교원을 빼고 국공립학교 교원만 넣을 경우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법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에 공적업무에 종사하는 민간인이 포함된 것은 위헌 문제가 아닌 '입법정책적 문제'로 위헌성이 없는 이상 법사위가 적용대상을 축소하는 것이 월권행위이자 국회법 위반이라고 정무위와 입장을 같이 했다.

이같이 법사위와 정무위의 의견차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지난 2013년에 FIU법(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이용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싸고 법사위와 정무위 간 발생한 '제2의 법사위 월권 논란'이 재연될 상황으로 가고 있다.
상임위 간 정면충돌이 발생하면 결국 여야 원내지도부가 중재에 나서면서 공은 여여 원내대표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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