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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년, 통일로 30년] (3·②) 北 체제 장기적 유지 불가능.. 통일 준비, 지금 시작해도 늦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05 17:09

수정 2015.02.05 17:09

<3부> 2015년 통일준비 골든타임… 통일 제언을 듣는다 2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사진=김범석기자
사진=김범석기자

"한반도 통일의 새 시대를 열려면 정부와 국민이 결집된 의지를 갖고 지혜롭고 치밀하게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현직 외교관 은퇴 이후 사단법인 한반도미래포럼을 설립, 학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천영우 이사장(전 외교안보수석)은 5일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통일을 위한 준비를 재차 강조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통일 대박'이라는 화두를 던진 지 1년이 지난 시점에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천 이사장은 "통일은 저절로 대박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바람직한 통일을 실현하려면 구체적 전략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대표부 차석대사, 6자회담 수석대표, 외교부 차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대북협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그는 통일에 대한 낙관론보다는 신중론에 무게를 뒀다.

천 이사장은 통일에 대한 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가 앞으로 긴요한 점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소개한다.


―최근 미국 소니 영화사 해킹 사건 이후 북한에 대한 압박이 심화되고 있고, 북한은 이에 반발해 '미 항모 타격훈련'을 실시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금 통일을 이야기할 분위기인가.

▲북한은 현재 실존적 위기(existential crisis)에 당면해 있다. 김정은 정권이 단기적으로는 체제를 안정된 듯 유지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문제는 단기적이란 기간이 얼마나 오래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북한의 도발적 행태는 사실 상당히 초조한 속내를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통일 준비를 시작할 시점이 되었다. 오히려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머지않아 붕괴할 것이고 이것이 통일로 이어질 것이란 뜻으로 해석해도 되나.

▲북한의 핵개발.경제발전 '병진정책'은 한마디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또한 체제의 내재적 모순과 권력 내부의 불안과 갈등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폭발(implosion)할지 모른다.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다만 정권 붕괴(regime collapse)와 국가 붕괴(state collapse)는 별개다. 김정은 정권이 없어지더라도 새로운 정권이 등장할 수 있다. 또 북한이란 국가가 붕괴한다고 해서 반드시 통일이 되는 것도 아니다. 단지 통일의 기회가 열리게 될 따름이다. 그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통일 여부와 우리 민족 전체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다.

―북한이 줄곧 '그럭저럭 버티기(muddling through)'를 해왔는데도 근래엔 북한의 동요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많아진 것 같다. 왜 그런가.

▲북한은 외견상 안정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내부 변화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북한의 변화를 이끄는 세 가지 키워드는 진실(truth)·시장(market)·양극화(polarization)다. 북한 주민이 내외의 진실한 정보를 접하게 될수록, 북한 내에 시장경제가 확산될수록 그리고 계층 간 양극화가 극심해질수록 북한 체제의 근간이 허물어지게 될 것이다. 이미 세 가지 변수가 결합되어 북한 주민의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약화시키고 있다. 충성심이 일단 한 번 크게 흔들리기 시작하면 수습하기 힘들다. 북한 당국이 통제력을 잃고 무정부 상태(anarchic state)가 되고 인도적 재앙(humanitarian crisis)이 우려되는 상황이 오면 우리나라가 개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시점에 통일의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 언급 이후 작년 4월부터 한반도미래포럼과 본지가 공동으로 '통일리더십과정'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취지와 배경이 궁금하다.

▲오래 전부터 통일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준비를 해왔다. 누구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어떤 통일을 해야 되는지, 또 어떻게 준비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구체적인 현실과 각론을 놓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자신의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교육과정을 개설하게 됐다. 전략과 정책에 즉각 반영.적용할 수 있는 실무 중심적인 내용들로 구성된다. 실제로 지난 1, 2기 과정을 수료한 참가자들은 북한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천영우 이사장은

이명박정부 후반기(2010년 10월~2013년 2월) 외교안보수석을 지냈다. 1977년 외무고시 11기로 외교정책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외교통상부 제2차관 등 요직을 거쳤다.
2년여 동안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포함, 북한과의 협상 업무만 4년 이상 담당한 북한 문제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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