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자동차, 글로비스 지분 13.39% 매각 성공.. 경영권 승계 위해 '1조1500억 장전'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06 18:17

수정 2015.02.06 18:17

일감몰아주기 규제 피해.. 글로비스 주가 5.91% ↑

현대자동차, 글로비스 지분 13.39% 매각 성공.. 경영권 승계 위해 '1조1500억 장전'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 5일 현대글로비스 지분 13.39%(502만2170주) 매각을 완료했다.

6일 현대차그룹과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들 지분은 전날 종가(23만7000원) 대비 2.74% 할인된 주당 23만500원에 매각됐다. 매각대금은 약 1조1576억원이다. 최종 경쟁률은 약 2.1대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으로 정 회장 부자의 글로비스 지분율은 30%에서 10주가 모자라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몽구·정의선 부자는 이번 매각을 통해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대량 매각을 통해 1조원이 넘는 현금도 쥘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바탕을 마련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벗어나

이달부터 시행되는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다음 달부터 대기업 오너 및 일가(특수관계인)가 대규모 기업집단(그룹)의 상장 계열사 중 보유 지분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회사의 내부 거래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할 경우 오너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지난해 1∼3분기(1∼9월) 현대글로비스 매출 10조3437억원 중 72.6%가 내부 거래에서 나왔다.

■1조1500억원 어디에 쓸까

업계에선 이번 매각을 통해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매각대금인 약 1조1576억원의 용처에 대해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구조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6.96%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지만 정의선 부회장의 보유 지분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정 부회장이 순환출자 고리에서 보유한 주식은 기아차 706만1331주(1.74%)와 현대차 6445주(0.00%)뿐이다. 이번에 마련된 실탄을 통해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와 기아차 지분 추가 확보뿐 아니라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일각에선 경영권 승계를 위해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를 합병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현재까지는 설득력이 희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앞서 지난해 8월에도 이노션 지분 30%(54만주)를 3000억원에 매각하며 현금을 마련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 측은 이번 매각에 대해 경영승계로 보는 시각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지분율을 보면 알겠지만 이번 매각작업은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를 피하기 위한 것이지 이를 승계작업으로 보지는 말아달라"면서 "향후 글로비스 지분을 2년간 추가 매각하지 않는 조건까지 달아 오너 일가의 우호지분 등을 합해 글로비스의 경영권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비스, 매각 성공 후 급등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매각이 성공하면서 급등했다. 증시에선 기업 가치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번 블록딜 완료로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 기업가치가 한 단계 상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현대글로비스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5.91% 상승한 25만1000원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달 블록딜 무산 이후 대주주 일가의 지분 매입 기대감에 상승했던 모비스는 4.34% 떨어졌다.

ksh@fnnews.com 김성환 김용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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