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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제약산업 미래성장동력으로 보는가] (상) 제약산업, 자동차·반도체보다 부가가치 더 창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08 18:03

수정 2015.02.09 10:36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 신약개발 능력.. 정부 규제가 발목

제약산업 시설 관리 능력 美·유럽서 국내 수준 인정
2000년대부터 규제에 발목 "지원 정책은 단순 나열뿐"


#.1 스위스 바젤은 인구 15만의 작은 도시지만 1000조원에 육박하는 전 세계 생명과학산업의 10분의 1이 창출되는 도시다. 스위스 수출의 3분의 1이 바젤에서 이뤄지며, 스위스 내에서 경제적 위치는 2위다. 제약산업이 핵심인 바젤에는 노바티스, 로슈 등 세계적인 제약기업을 비롯해 약 900개의 관련 회사가 있다.

#.2 1997년 화이자가 개발한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는 약 20년 동안 전세계 20억명에게 처방이 됐다. 2012년 글로벌 매출액은 약 130억달러(약 14조1000억원)로 이는 현대자동차 아반떼 차량 약 100만대를 수출한 것과 맞먹는다.

리피토의 경우처럼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그 파급 효과가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이밸류에이트파마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의약품은 글로벌 제약사 애보트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로 2013년 기준으로 글로벌 매출이 115억달러(약 12조5000억원)에 달한다. J&J의 '레미케이드'(류머티즘 치료제)와 화이자의 '엔브렐'(류머티즘 치료제)도 각각 99억달러, 89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제약산업은 일자리 창출 효과 또한 높다. 미국 바텔연구소에 따르면 제약산업의 10조원 매출은 13만개의 연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제약산업이 융복합적 산업으로 부가가치가 높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진국형 성장동력산업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대한민국 제약산업 해외서 주목

대한민국의 신약 연구개발(R&D)은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1987년 물질특허제도 도입을 계기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제네릭(특허만료약) 생산에서 벗어나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1999년 국산 1호 신약인 선플라주가 개발된 이후 지금까지 22개의 신약이 개발됐고 이 중 일부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진출했다. 또한 국내 제약사가 개발 중인 개량신약과 혁신신약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생산시설의 선진화 노력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 한국 제약산업의 시설과 관리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5년 이상 걸린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 가입을 2년 만에 성공한 것도 우리나라의 의료제품 품질관리 수준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큰 성과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조헌제 이사는 "국내 제약사들은 꾸준히 혁신성을 유지해 지금까지 20여개의 신약을 개발하는 성과를 올렸다"면서 "노바티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혁신성을 외부에 의지하는 현 시점에서 국내 제약사의 혁신성은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감한 지원정책 필요

대한민국 제약산업의 글로벌 위상은 상위권이지만 한국 제약시장은 약 19조원 규모로 세계 시장의 1.9%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10년 이후 외형적으론 사실상 정체 수준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정부가 약가인하 등 제약산업에 대한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외국계 제약사들이 생산공장을 철수하고 국내 투자를 주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정부 규제에 발목이 잡힌 사이 국내 제약산업 경쟁력은 인도, 중국 등에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하지만 최근에 제약산업에 대한 정부 정책이 변모하고 있다.
제약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하지만 지원정책이 현실성이 떨어지고, 투자규모가 작아 좀 더 파격적인 지원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사 연구개발 임원은 "그동안 지원정책은 정책 나열 수준이었다"면서 "제약 R&D 지원에 있어서 복지부가 주도로 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김성호 전무는 "제약산업은 어떤 파이프라인을 가졌느냐에 따라 순위가 바뀌는 경쟁산업"이라면서 "우리나라가 국제화되기 좋은 산업인 만큼 정부가 현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과감하게 정책을 추진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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