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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창업 아이디어 돕는 '해커톤 전도사' 심규병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12 13:48

수정 2015.02.12 13:56

[fn이사람]창업 아이디어 돕는 '해커톤 전도사' 심규병씨

"해커톤은 RGB(적·녹·청), 그로스해킹 파티(Growth Hacking Party)라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장점이 모여 밝은 빛, 새로운 가치로 탄생하는 거죠.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핵심가치이기도 합니다."

지난 9일 서울 역삼동 한 카페에서 만난 심규병 PAG&파트너스 자문가(39·사진)는 '해커톤 전도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해커톤은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다. 마라톤을 하듯 정해진 시간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프로그래밍하는 모임을 뜻한다.

미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은 직원들에게 간식을 주면서 아이디어를 직접 만들게 하는 해커톤을 지속적으로 여는 것으로 유명하다.

심씨는 국내 해커톤 모임을 열어 정보기술(IT) 분야 사람들을 이어주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함께 만들도록 하는 숨은 조력자로 뛰고 있다. 그는 "그로스해킹이 주로 하는 분야"라며 "스타트업이 J자형 곡선을 그리며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 모델을 찾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전문가 그룹에서 자문가로 활동하면서 에인절투자자에 대한 자문, 스타트업 교육 컨설팅을 함께 하고 있다.

IT 영업·마케팅 분야의 여러 회사를 옮겨다니며 심씨는 10년 넘게 경력을 쌓아왔다. 미국 델(Dell) 시장을 국내에 안착시켰고 cafe24에서 쿠팡 시스템을 자문했다. 창업의 쓴 맛도 봤다. 대학교 4학년 때 친구와 웹 에이전시에 도전했다가 접었고 네트워크 효율을 높여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가 반 년만에 접고 1년간 백수로 지낸 때도 있었다.

그러다 지난 2013년 3월 사단법인 앱센터가 진행한 '스타트업위크엔드' 행사에 후원하러 갔다가 문화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2박3일간 밤을 지새우며 사람들이 무언가 만들어내는 모습이 강렬히 남았다"며 "10년 넘게 IT 분야에 몸담으며 알게 된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자리를 만들고, 이들이 더 좋은 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해커톤 전도사로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여성가족부와 창조경제박람회에서 주최하는 해커톤을 비롯, 국내 스타트업 콘퍼런스에서 우선으로 꼽히는 비론치 해커톤과 대학생을 위한 K해커톤 등을 열어왔다. 전국학생창업네트워크(SSN), 한국학생IT연합(KSIA), 세이지코리아 등 IT 창업 관련 회원들과도 '아이디어 파티'를 준비한다.

해커톤의 산물로 '모두의 주차장' 앱이 있다. 주차정보를 알려주는 이 앱은 총 15만건 정도 다운로드 됐다.

그는 "스타트업의 좋은 아이디어, 좋은 인력, 좋은 팀을 구성할 풀뿌리 문화가 부족하다"며 "투자를 활성화하는 인큐베이터 센터도 좋지만 실제로 창업 경험을 해줄 문화가 적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전처럼 경쟁체제에서의 획일적인 교육이 아닌 팀 체제로 소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문화에 익숙해져야 한다"며 "같은 목적, 취미·문화 등에 대한 공감대,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게 기본 철학"이라고 덧붙였다.

세상의 변화 속도에 맞춰 비즈니스 모델도 빠르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도 그의 지론이다.

심씨는 "빨리 변하는 콘텐츠, 소프트웨어, IT 산업에 대응하려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적용해 빠르게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야 한다"며 "빨리 작품을 만들어 시장에서 통하면 사업을 발전시키고 아니면 그만 두는 린(lean) 체제가 필요한데, 해커톤을 통해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씨는 내달 14~15일 판교공공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아이디어톤'을 앞두고 있다.

"국내에 많은 해커톤 경진대회가 있지만 상금은 순간적인 기쁨에 불과합니다.
내가 만든 가치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다면 지속되는 기쁨이 되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 해커톤에 참여하는 것 뿐 아니라 직접 운영해보길 바랍니다."
hiaram@fnnews.com 신아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