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fnart와 함께 하는 그림산책] 짚으로 만든 존재.. 나약하지만 친근한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12 17:18

수정 2015.02.12 17:18

양혜규 '중간유형-중국신부'
양혜규 '중간유형-중국신부'

'세계적인'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젊은 설치미술가 양혜규(44)의 국내 개인전이 지금 서울 이태원로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2010년 아트선재센터 전시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이번 개인전의 타이틀은 '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

그러나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전시공간 그 어디에도 코끼리는 없다. 미술관 측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조지 오웰의 수필 '코끼리를 쏘다'와 로맹 가리의 소설 '하늘의 뿌리'에서 제목을 따왔는데, 두 작품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코끼리는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자연이나 연약한 인간의 존엄성을 의미한다고 한다.

블라인드, 방울, 조롱박, 머리끈, 밧줄, 조화, 전선, 휴대폰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작업해왔던 작가가 이번에 새로 들고나온 재료는 짚풀이다. 유목민처럼 서울과 독일을 오가며 작업하는 작가는 지난해 2월 일본 가나자와의 어느 공원에서 짚으로 감싼 큰 나무들이 서있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중간유형' 시리즈는 고대 마야의 피라미드, 인도네시아의 불교 유적 보로부두르, 러시아의 현대 이슬람사원 라라툴판 등을 구체적으로 참조한 작품과 그 사이에 상상의 존재를 형상화한 작품 등 모두 6점으로 이뤄졌다.
그중 하나인 '중간유형-중국신부'는 인체를 연상시키는 형상에 족두리, 조롱박, 방울 등이 달려 있어 친근감을 준다.


이번 전시에는 이 밖에도 '창고 피스'(2004년), '서울 근성'(2010년), '성채'(2011년), '상자에 가둔 발레'(2013년) 등 양혜규라는 이름 석자를 세계 미술계에 각인시킨 작품들도 출품됐다. 전시는 5월 10일까지.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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