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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외국인 관광객 몰려와도 묵을 곳이 없다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13 17:36

수정 2015.02.13 17:36

[여의도에서] 외국인 관광객 몰려와도 묵을 곳이 없다

지난해 관광수입은 전년 대비 24.4% 늘어난 181억달러(약 19조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이른바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들이 101억달러를 지출해 총 관광수입의 56%를 차지했다. 이에 정부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를 지난해의 1420만명보다 9.2% 증가한 1550만명으로, 관광수입 목표는 10.7% 증가한 200억달러로 설정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많이 찾는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90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찾은 곳은 서울 명동, 동대문시장, N서울타워, 인사동, 신촌.홍대 주변, 남대문시장 등으로 이들이 방문하는 장소는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강원도를 레저스포츠 중심지로 집중 육성하는 등 지역별 특색을 살린 핵심 관광콘텐츠 육성에 발벗고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선 올림픽 개최지인 평창.강릉.정선의 지역 특성을 반영해 자연경관, 휴양, 레저스포츠가 결합된 체류형 관광상품을 개발할 방침이다.

대관령, 오대산이 있는 평창은 대관령 가족휴양지, 오대산 자연명상마을 조성 등 가족 휴양과 치유 관광지로 특화하고 강릉은 도심 철도 폐선 부지를 활용한 문화거리 조성, 강릉아트센터 건립 및 한국문화축제 개최 등을 통해 젊음과 낭만의 여행지로 특화할 계획이다. 또 산악·계곡이 많은 정선은 에코 익스트림 파크, 동강레포츠단지 조성 등을 통해 역동적 레저스포츠 관광의 메카로 육성한다.

백제문화유산과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지를 테마 관광지로 부각시키고 아시아문화전당 개관 등을 계기로 전주한옥마을, 진도의 만가와 판소리 등 전통문화가 잘 보전된 남도문화권의 관광상품 개발과 홍보도 강화한다. 또 크루즈 관광을 활성화하고 강진 도요지, 여수엑스포, 슬로시티 등 지역 스토리 생태자원과 연계한 해양 관광지 육성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그러나 화려한 청사진 제시만으로 정책이 완료되는 건 아니다. 지역 관광콘텐츠 육성이라는 정부의 정책이 아름답게 꽃을 피우기 위해선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인프라 구축의 핵심은 바로 관광호텔 등 숙박시설의 대폭 확충이다. 정부가 레저스포츠 중심지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평창.강릉.정선만 하더라도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늘고 서울지역 관광의 집중도가 날로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역 숙박시설에 대한 획기적 개선책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국내 전체 관광산업뿐 아니라 관광과 관련된 각종 산업을 육성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관광호텔을 바라보는 국민의 인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 학교정화구역 내에 각종 유해업소가 들어설 경우 학생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관광호텔이 유흥주점, 사행행위장과 같은 수준의 반교육적 시설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관광호텔은 숙박, 식사, 오락 외에도 지역주민 간에 교류하거나 회합할 수 있는 공간이자 공연.예술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는 공익기능도 일정 부분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시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혁과 함께 더욱 발전적인 자세로 이해당사자 간 타협을 이뤄내 향후 2000만 외래관광 시대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문화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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