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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새로 시작해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17 14:30

수정 2015.02.17 14:30

정경분리 원칙 지켜 나가야.. 5월 최경환·아소 회담 기대

한국과 일본 간 통화스와프 협정이 모두 종료됐다. 두 나라 정부는 16일 1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23일 만기 때 종료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2001년 20억달러로 시작해 최대 700억달러(2011년)에 달했던 한·일 통화 협력 관계는 14년 만에 끝났다. 협정 종료를 둘러싼 양국 간 이견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끝을 맺은 게 과연 잘한 일인지는 한번 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우리 정부는 굳이 일본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이어갈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 실제 외환보유액은 3600억달러를 웃돌고 지난해 경상수지는 900억달러에 육박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미국의 출구전략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신흥국 중 예외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하지만 통화스와프 협정이 한·일 외교의 희생양이 된 것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 정부는 이번 결정에 정치적인 요인은 없다고 했지만 곧이 믿을 사람은 없다. 한·일 통화스와프 체제는 2012년 광복절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균열을 맞았다. 얼마 뒤 만기 도래한 57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이 종료됐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한·일 관계는 극도의 긴장관계를 이어갔고 그 결과 30억달러(2013년 7월)에 이어 마지막 100억달러도 이번에 연장이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 국민의 반일 정서만 고려하면 속 시원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4년간 일본은 통화스와프 협정이 마치 시혜라도 되는 양 오만하게 굴었다. 한국 정부가 협정 연장을 요청하면 검토해보겠다는 식으로 나온 것도 우리 속을 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통화스와프 협정을 정경분리 원칙 아래서 냉정하게 다룰 것을 주문해 왔다. 그것은 경제적 실리를 위해서다.

외환위기 때 일본 자금 100억달러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한국 경제가 휘청했다. 대일 통화스와프는 유사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도입됐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맺은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이 한국 경제에 큰 힘이 됐다. 지금도 정부는 중국·호주·인도네시아 등과 다각적인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다. 통화스와프는 위기 때 마이너스 통장처럼 쓸 수 있는 비상금이다. 특히 기축통화인 달러·엔화는 다른 통화보다 훨씬 요긴하다. 실리만 따지면 우리가 앞장서서 대일 통화스와프 협정을 종료할 이유는 없다.

일본은 속 좁은 태도로 대한(對韓) 지렛대를 잃었다. 중국은 다자간 통화스와프 협정을 위안화 국제화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중 통화스와프 규모는 560억달러에 이른다. 한·일 관계가 멀어질수록 한·중관계는 가까워진다.
오는 5월 도쿄에선 2년 반 만에 한·일 재무장관 회담이 열린다. 최경환-아소 회담을 양국 경제관계를 정상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새로운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도 회의 안건으로 채택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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