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국내연구진, 1조분의 1초 '찰나' 분자 탄생 관측 성공

김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22 12:29

수정 2015.02.22 12:29

이효철 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그룹리더
이효철 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그룹리더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원자끼리 만나 분자를 이루는 화학결합의 순간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데 성공, 화학반응의 시작과 끝을 밝혀내는 괘커를 이뤘다. 향후 이를 기반으로 단백질 반응의 제어, 신약 개발 등과 같은 응용연구에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22일 기초과학연구원에 따르면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소속 이효철 그룹리더 연구팀은 화학결합이 이뤄지는 1조 분의 1초의 찰나를 관측하기 위해 펨토초(1천조 분의 1초) 엑스선 펄스라는 특수 광원을 이용하여 광반응에 따른 금 삼합체 원자의 구조 변화를 엑스선 회절 이미지로 구현해 냈다.

연구팀은 모든 화학반응의 근본이 되는 원자 간 결합을 관측하기 위해 특수한 광원과 화합물을 이용했다.

원자의 지름은 1옹스트롬(1억 분의 1센티미터)이고 화학결합의 순간은 1조 분의 1초 정도여서 원자를 감지하려면 빛의 파장이 원자 수준으로 짧아야 하고, 빛의 시간 길이는 원자간 결합의 순간보다 짧아야 하는데 이를 만족하는 광원이 엑스선 자유전자 레이저에서 얻어지는 펨토초 엑스선 펄스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레이저 기술과 엑스선 회절법 기술을 결합한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을 이용하면 빠른 분자의 움직임을 정확한 위치 정보와 함께 측정할 수 있고, 이 방법을 이용하여 금 삼합체 내부의 금 원자들 사이에서 화학결합이 형성되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었다.
금삼합체는 평소에는 가까운 곳에 흩어져 있다가 레이저(빛)를 쏘아주면 반응하여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성질이 있다.

향후 연구진은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을 단백질의 탄생 순간과 단계별 구조 변화를 밝히는 데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단백질 반응의 제어, 질병 치료, 신약 개발 등에 필요한 기초정보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효철 그룹리더는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을 통해 화학결합의 관측 외에도 펨토초 시간대의 분자의 진동, 회전 등을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연구진이 세계 과학계의 흐름을 주도해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권위의 저널인 네이처 2월 18일자에 게재됐다.

bbrex@fnnews.com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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