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이슈분석]우리 최저 임금은 왜 이렇게 낮나?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22 13:57

수정 2015.02.22 13:57

자료 : 최저임금위원회
자료 : 최저임금위원회

올해 우리나라 최저임금으 5500원을 넘어섰다. 이는 세계적으로 봐도 아직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낮은 최저임금을 현실화하자는 목소리는 매년 노동계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 비중이 지나치게 큰 우리 경제구조로는 현실화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현실화에 앞서 자영업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 최저임금, 호주의 3분의 1

22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 대비 7.1%(370원) 오른 시간당 5580원이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3인 가족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할 경우 이 가구의 월수입은 200만원이 채 되질 않는다. 3인 가족이 200만원이 안되는 월수입에서 세금 내고 월세 등 주거비를 빼면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최저임금을 달러로 환산하면 4.92달러(1 달러당 1060원 기준)인데, 이는 일본(9.16달러)의 절반수준이며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5.79달러)에 비해서도 낮다. 호주의 경우 최저 임금이 15달러가 넘는다. 우리의 3배를 웃도는 셈이다.

■높은 자영업 비중, 최저임금 낮춘다?

최저임금이 박하게 책정되는 것은 영세 자영업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불균형적인 경제구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영업 숫자는 539만2000명으로 전체 취업인구의 21% 수준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4개국 평균이 14.9%(2013년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다. 주요 선진국의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은 2013년의 경우 미국 6.5%, 일본 8.8%, 독일 10.7%, 영국 14.2% 등이다.

더 큰 문제는 자영업자가 영세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근로소득이 287만1700원, 사업소득이 86만2200원으로 무려 200만원의 차이를 보였다. 또 지난해 1인당 사업소득은 월평균 42만원으로 최저임금의 절반에 불과하다. 더구나 자영업자의 1인당 부채가 6457만원에 이를 정도로 가계부실이 심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높아질 경우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부담에 버티지 못하고 무더기로 폐업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도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 과정에서 "존폐에 기로에 선 수많은 영세 사업장이 추가적으로 연간 수조원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고율인상은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과 일자리 창출에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자영업 구조조정 선행돼야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현실화의 선행조건으로 자영업 구조조정을 꼽고 있다. 현재 평균 월 86만2200원을 벌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수익이 적정수준까지 올라간다면 최저임금의 현실화도 가능하다는 것.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자영업 비중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는 동시에 자영업자들이 임금노동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전반적인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일부 자영업 구조조정 현상은 나타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자영업 진입률(전체 자영업자 중 신규 진입자)은 지난 2012년 10.2%에서 지난 2013년 8.3%로 하락했지만, 퇴출률은 같은 기간 8.4%에서 9.2%로 상승했다.

금제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해외의 경우 높은 수준의 임금 유지가 가능한 것은 바로 소득불평등이 크지 않아서다.
소득불평등이 심하지 않다보니 최저임금을 높여도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늘어나지 않는다"며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임금상승률 대비 소폭 높은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자영업 구조조정을 하는 방향이 맞다"고 지적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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