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나랏돈 빌려주며 갑질, 서민·중기 '서러운 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23 17:35

수정 2015.02.24 09:48

주택기금 운용 은행들, 대출승인 무기로 '꺾기'

#. 중소건설사 대표인 A씨가 국민주택기금을 취급하는 B은행으로부터 건설사업자금에 대한 대출승인을 받기까지 가입한 금융상품은 10여개. 법인카드 교체와 예금액 확대부터 신용카드 발급좌수 증설 및 급여통장 일원화 등. A씨는 "건설자금 대출에 대한 국책상품은 일반대출보다 저리인 데다 영세한 중소사업장엔 단비와도 같은 존재"라면서도 "하지만 일부 은행에서 독과점 형태로 운영되다 보니 자연스레 갑과 을은 정해져 있고, (수탁은행에서) 요구하는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으레 관례처럼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국민주택기금 수탁은행들의 꺾기 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지적됐다. 저소득층 무주택 서민의 주택자금 조달과 중소형 건설업체들의 주택건설사업 지원 등을 위해 마련된 국민주택기금을 두고 주요 수탁은행들이 구속성 예금상품 가입 등을 위한 매개체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금 수탁은행들…갑질 논란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주택기금 수탁은행인 우리·NH농협·신한·하나·IBK기업·KB국민은행 등의 일선 영업점에선 독과점 형태로 시판 중인 국책성 대출상품에 대한 가입 승인을 미끼로 금융 소비자에게 여타 은행상품 가입을 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먼저 지난 2008년부터 국민주택기금의 운용과 관리, 집행업무를 총괄해오고 있는 우리은행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105조원에 달하는 주택기금을 우리은행에 7년째 일임해 오고 있다.
또한 총괄 수탁은행으로서 우리은행은 국토교통부의 주택 관련 금융상품을 모두 취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택기금으로 만들어진 정책성 금융상품에 대한 꺾기 행위가 모든 국민주택기금 수탁은행에서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큰 돈벌이가 되지 않는 정책성 상품을 은행들이 서로 도맡아 하려는 것은 수탁수수료를 벌겠다는 기본적인 목적 외에도 대출 한 건에 따르는 패키지형 구속성 상품이 많은 데다 신규 및 주거래 고객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수탁은행 일선 영업점에선 수요자가 몰리는 정책성 전세자금대출이나 부동산PF대출 등에 대한 꺾기 행위가 더욱 심각하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독과점 형태 기금운용 재고를"

또 다른 은행 주택기금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지난 1981년 주택종합계획의 일환으로 조성된 주택기금에 대한 사후관리가 미흡한 상황이다.
국민주택채권 및 청약저축, 정부차입금 등으로 조성된 기금이 어떻게 활용됐는지 국토부가 감독을 하고 있지만 수탁기관의 투명성 항목에 대한 검사는 드물다는 것.

오히려 주택기금 위탁업무에서 발생하는 파생상품 가입 강요행위 등에 대한 감시·감독의 주체 역할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감독당국에선 은행들의 꺾기 행위에 대한 단속을 매년 강화해오고 있다"면서도 "다만 기금 수탁영업에 한해 파생되는 구속성상품 가입 실태는 따로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에선 오는 7월부터 주택기금 운영에 대한 우리은행의 총괄업무 중 일부를 대한주택보증(대주보)에 위임할 예정이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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