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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에 듣는다] 우리는 결코 교훈을 얻지 못한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27 17:22

수정 2015.02.27 17:22

[세계 석학에 듣는다] 우리는 결코 교훈을 얻지 못한다

문제 해결은 뭘 할지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 해결방안을 적용해야 한다. 또 생각만큼 알지 못한다는 게 드러나면 방향을 기꺼이 바꾸려는 의지도 있어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에 관한 최근 두 가지 책이 제시하는 교훈이다. 원인은 무엇인지, 재발방지를 위해 뭘 할 수 있는지, 왜 재발방지책이 아직도 시행되지 않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첫 번째 책은 영국 보수 저널리스트 마틴 울프의 '이동과 충격(The Shifts and the shocks)'이다.
그는 현 세계의 특징이 되고 있는 경제재앙의 원인이 된 주요 이동목록을 서술하는 것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출발은 0.1%, 0.01% 세계 최고부자들의 막대한 재산증식과 그 결과에 따른 일반 사람들, 정부, 기업의 지속 불가능한 수준의 채무확대 수용이다.

그 한편에서 정책담당자들은 투자자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는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가능한 모든 정보를 활용한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과 같은 경제이론 확산에 힘입어 자아도취 상태에 빠진다. 그 결과 시장 규제는 철폐되고, 안전한 것으로 간주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자산 거래가 더 쉬워진다. 그 귀결은 중앙은행 정책담당자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시스템 위험 확산이다.

검증되지 않은-또 궁극적으로는 부정확한-가정들은 자만심으로밖에 부를 수 없는 정책결정 환경을 만들어냈다. 관료들은 꼬리 위험을 과소평가했다. 물가상승(인플레이션) 목표를 2% 수준으로 잡아 파도가 출렁일 경우의 대응여력을 좁혀 놓았다. 무엇보다 무모한 것은 유럽연합(EU)이 유로라는 공동통화를 도입한 것이었다.

사실 위기발발 이후 오랫동안 오류투성이 정책결정이 지속됐다. 정치인들은 잘못된 처방을 가능한 한 쪼개놓았고, 이 때문에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적 재앙에 대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응 외에는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울프의 위기대응 처방은 간단하고 명석하며,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그는 여윳돈이 있는 나라들은 지출을 늘리고 (특히 공공부문 투자) 채권을 더 발행하라고 제안하고 있다. 그는 중앙은행들이 연간 인플레이션 목표를 3% 또는 심지어 4%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울프에 따르면 부채 수준을 낮추고, 과도한 차입(레버리지)을 억제하도록 하는 규제들을 중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유로존 역시 모순 해체나 통화동맹(유로존)이 적절히 기능토록 하는 "최소한의 기구들과 정책들의 조합" 도입을 통해 내부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 울프의 장기 해결책은 불평등에 대처하고, '더 글로벌화한 규제'와 '개별 회원국이 고유한 대응에 나설 수 있는 자유'의 강도를 확대하며, 애초에 우리를 위기로 몰아넣은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에 덜 좌우되는 경제분석이다.

그러나 울프의 제안이 시사하는 것과 같은 이 같은 권고안들은 아직껏 거의 이행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내 친구이자 스승이며 후원자인 배리 에이켄그린의 책인 '거울 복도(Hall of Mirrors)'에서 찾을 수 있다.

에이켄그린은 위기에 대한 우리의 소심한 대응 원인을 밀턴 프리드먼 제자들인 통화주의 학파가 케인스 학파와 (하이먼) 민스키 학파에 승리한 데서 찾는다.

최소한 대공황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해석의 문제에서는 그렇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정책담당자들은 대공황에 대해 프리드먼이 제안했던 해법을 적용하려 했다.

불행히도 이는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공황에 대한 통화론자들의 해석은 무뎠고, 심각한 관점의 오류가 있었으며 근본적으로 불완전한 것이었다.

그에 따른 정책은 2008년 침체가 온전한 경기침체로 악화하는 것을 막는 데는 충분했지만 이는 부분적인 승리로 상처뿐인 영광으로 귀결됐다. 정치인들이 위기는 극복됐으며 이제는 긴축에 나서고,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출 때라고 선언하는 게 가능토록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활기 없는 성장이라는 특징을 갖고 이제 뉴노멀이 될 것으로 우려되는 오늘날의 정체된 경제다.
미국과 유럽은 잠재적 소득의 10%가 날아가게 생겼고, 금융부문 규제 강화 실패로 세계 경제는 또 다른 대형 위기에 노출됐다.

울프와 에이켄그린은 2008년 금융위기로 이끈 주된 결점은-또 우리가 계속 부적절하게 대응토록 하는 원인은-지적능력이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위기의 진정한 교훈은 우리가 결코 교훈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 될 것이다.

브래드포드 디롱 美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경제학 교수

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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