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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국수론과 임시국회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01 17:17

수정 2015.03.01 17:17

[데스크 칼럼] 국수론과 임시국회

전 세계인이 즐겨 먹는 국수의 기원은 기원전(BC) 5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가늘고 긴 형태의 국수가 만들어진 것은 3세기 무렵이라고 한다. 중국의 위·촉·오 세 나라가 서로 패권을 다투던 시기에 조조가 세운 위나라에서 이런 형태의 국수가 처음 나타났다고 알려져 있다.

설 연휴가 끝나자 마자 정치권이 '불어터진 국수론'으로 시끄럽다. 박근혜 대통령이 설 연휴를 마친 지난달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우리경제를 생각하면 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부동산 3법도 지난해 어렵게 통과됐는데, 비유하자면 퉁퉁 불어터진 국수였다. 그걸 먹고도 경제가 힘을 냈는데, 좋은 상태에서 먹었다면 얼마나 힘이 났겠느냐"고 말했다.
국회 법안 '늑장 처리'를 두고 '퉁퉁 불어터진 국수'에 비유하며 정치권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를 두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즉각 반발했고, 지금까지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비유가 다소 자극적일 수 있지만 민생법안 처리를 뒷전으로 한 채 정쟁만 일삼았던 여야 정치권이 한번 쯤 생각해 볼 발언이다.

박근혜정부 2년 동안 국회는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거듭났다. 정부가 경제활성화 법안을 발의해도 국회가 안 된다고 하면 무산되기 일쑤였다. 단적인 예로 정부와 건설업계가 부동산시장 현실에 맞지 않는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자고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정치권, 특히 새정치연합의 반대로 지난해 말 겨우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던가. 이 기간 분양시장은 말 그대로 '숨만 쉬었다'고 말할 정도로 황폐화됐다.

설 연휴를 끝내고 돌아온 정치권은 너도나도 '경제 살리기'를 화두로 꺼내 들었다. '먹고 살게 해달라'는 고향 민심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2월 임시국회가 2일이면 막을 내린다. 설 민심에서 확인했던 경제를 살리기 위한 입법 타이밍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런 상황인 데도 경제활성화 법안을 포함한 주요 법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여전히 팽행선을 달리고 있어 4월 임시국회로 무더기 이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야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이 '설 민심이 무섭다'며 한껏 몸을 낮췄던 모습이 '대법관 인사 청문회 지연'이라는 정치 변수 때문에 온데 간데 없어졌다.

정부·여당이 제시한 경제활성화법 30개 중 19개는 이미 처리됐지만 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안, 관광진흥법 개정안, 의료법 개정안 등 11개는 아직 남아 있다. 모두 정부가 강력하게 통과를 바라고 있는 경제활성화법안이다. 이완구 국무총리를 비롯한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이 들어선 만큼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하지 않겠나.

정부와 여당은 이번 임시국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것이다.
친노(친노무현) 지도부가 들어선 새정치민주연합에도 부탁하고 싶다. 지금까지 보여 왔던 선명성 경쟁은 잠시 접어 두고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을미년 양띠해에는 국민들도 '불어터진 국수'가 아닌 '졸깃졸깃한 국수'를 먹고 싶다.

shin@fnnews.com 신홍범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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