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식 칼럼]

융합의 시대와 정부 3.0

원스톱 행정체계 구축 시급.. 산업 간 영역파괴 현상 가속

'삼성전자의 경쟁 상대는 애플이 아니라 스포츠.헬스케어 전문기업인 나이키이고, 현대자동차는 상대가 폭스바겐이 아니라 정보기술(IT) 기업인 애플이다'라는 말이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과 함께 산업 전반에 불고 있는 영역 파괴와 융합의 바람을 함축한 말이다. 전자산업과 헬스케어산업이 불가분의 관계로 묶이면서 원격진료 등 실시간 건강을 관리하는 시대가 열리고, 자동차는 정보통신기술을 만나며 무인운전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헬스케어 기업이 세계 굴지의 IT기업이 되고, 애플이 세계 최고 자동차기업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바야흐로 ICT를 넘어 융합의 시대다. 직업이나 업무에 남성과 여성의 성역이 무너진 지 오래됐고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소통하는 시대다. 산업 간 벽도 허물어져 수시로 이합집산이 일어나고 있다. 가전과 휴대폰 전시회에는 빠짐없이 자동차가 등장하고, 자동차전시회에는 가전과 모바일이 함께 자리한다. 가전이나 휴대폰 등의 모바일 박람회, 자동차 전시회 등 각종 전시행사에서 융합을 빼면 말이 안 된다. 전시회 명칭에서 '가전' '모바일' '자동차'라는 산업분야 표현이 무색해졌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일 막을 올린 세계 최대 모바일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5(MWC2015)'에서 LG전자는 스마트워치로 자동차 문을 여닫고 시동을 거는 무선제어 기술을 선보였다. LG는 자동차 제조사인 독일의 아우디와 손잡고 각종 원격제어 기술을 개발 중이다. 탑승 전 집에서 스마트워치로 히터를 예열하거나 주차된 자동차 위치를 알려주는 기술, 더 나아가 운전자 심박수를 자동차에 전달해 안전운전을 돕는 기술도 도입할 예정이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과 연계한 사이버 개인비서서비스, 홈매니저 등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미래 생활상을 시연해 눈길을 끌었다. IT와 금융의 융합(핀테크)이라는 시대조류에 걸맞게 글로벌 금융기관 수장들도 대거 찾았다.

앞서 지난 1월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쇼(CES 2015)도 정보통신기술과 자동차의 융합의 장이 됐다. 가전전시회인데도 어마어마한 크기의 자동차 전시장과 무인기 드론 전시장이 떡 하니 자리잡았다. 이어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는 IT기업이 총출동했다. 두 전시회 모두 IT회사와 자동차회사 간 무인자동차와 스마트자동차 등 미래자동차 개발을 둘러싼 업무제휴 등 활발한 비즈니스가 벌어진 건 기본이다.

ICT업계의 양대 산맥인 구글과 애플은 자체 보유한 ICT를 토대로 미래자동차인 무인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2010년부터 개발해 온 무인자동차 시제품을 지난해 12월 인터넷에 공개했다. 구글은 시험운행을 거쳐 올해 중 상품으로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에 뒤질세라 애플도 무인자동차 개발에 나섰다.

자동차에 ICT가 지속적으로 덧입혀지면서 현재 자동차 부품의 70∼80%가 전자제품이라고 한다. 인류가 개발한 최고 발명품이라는 기존의 자동차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하나의 전자제품으로 불릴 날이 멀지 않았다 해도 틀리지 않을 듯싶다. LG전자는 CES 2015에서 "완성차 형태의 스마트카를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 CES에서 LG전자가 자동차를 전시해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닐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심하게 말하면 현대차가 애플의 협력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 드론의 등장은 물류혁명을 예고했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미국의 아마존은 근거리 택배에 드론을 이용하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도 곧 상용화에 나선다.

이렇듯 융합은 모든 분야에서 동시다발로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일부 대기업 외엔 준비가 안 된 사이에 이게 바로 눈앞에 닥쳐 있다는 거다.
정부가 산업의 효율적인 융·복합화를 지원하는 정책과 제도적 기반 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부터 부처 간 벽을 허물고 융·복합에 앞장서야 한다. 정부3.0의 조기 정착이 그 출발점이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