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임금 동결, 인력 감축, 승진 축소.. 샐러리맨, 올해가 최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02 17:16

수정 2015.03.02 21:42

주요 기업 '긴축 경영' 삼성 임금동결 이어 승진 규모까지 최소화
현대중공업그룹 3사 과장급 이상 인원 감축

#.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재직하고 있는 한종찬씨(가명)는 올해 12년차 직장인이다. 앞만 보고 내달렸던 한씨는 최근 회사 생활에 심각한 회의를 느끼고 있다. 인사고과가 잘 나와서 내심 기대했던 지난달 승진 인사에서 누락된 데다가 실적 악화로 임금마저 동결됐기 때문이다. 40대 문턱에 들어선 한씨는 심각하게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 공채 윗기수 선배들이 작년 말 실시된 명예퇴직을 통해 대거 회사를 떠나는 것을 목격하고 나서다. 그는 업무 시간에도 수시로 관련 사이트를 들어가 창업 정보를 취합하는 등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악화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지난해 임원 규모를 대폭 축소한 데 이어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들의 승진 인원도 예년에 비해 크게 줄였다. 임금 동결과 인력 감축에 이어 직장인들이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승급·승진예산 동결로 인해 올해 승진 인원을 축소 시행한다는 내용의 e메일을 지난달 전체 사무직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쉐보레 브랜드 유럽 철수에 따른 수출 물량 감소, 통상임금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 등이 이유였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도 승진 인사를 최소화했다. 삼성은 정확한 숫자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지난달 27일 실시된 부장급 이하 직원 승진 인사 규모가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사업 재편과 부서 통합으로 인해 팀장, 그룹장, 파트장 수가 줄어들어 부장급 승진자가 예년과 비교해 다소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해 임원인사 기조가 부장급 이하 직원 승진 인사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삼성마저 일반 직원들의 승진 규모를 최소화하면서 실적이 악화됐거나 긴축경영에 들어간 기업 뿐 아니라 실적이 나쁘지 않은 기업에서도 승진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임금협상이 타결된 현대중공업은 업계 불황으로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1500명을 감축할 계획을 세웠다. 또 인력감축 움직임이 현대미포조선 등 계열사까지 확대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도 지난달부터 과장급 이상 사무직 사원을 상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상당수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은 데다가 올해도 경영 상황이 불투명한 만큼 인사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회사의 승진 인원 축소 움직임에도 드러내 놓고 반기를 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업들의 긴축 경영 분위기로 임금이 동결 혹은 삭감되는 한편 상시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사내에 한기가 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대기업 70곳을 대상으로 올해 경영기조를 조사한 결과, 긴축경영 기조를 택한 곳이 전년 39.6%에서 올해 51.4%로 크게 늘어났다. 현상유지는 42.6%에서 34.2%로, 확대경영은 19.4%에서 14.3%로 각각 감소했다.

긴축경영 기조하에서 시행계획으로 인력부문 경영 합리화를 선택한 기업들은 세부 방안으로 명예퇴직(27.3%), 인원감축(15.2%), 직무전환(12.1%), 계열사전환배치(6.1%) 임금조정(3.0%)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삼성전자가 올해 임금을 동결했다. 삼성전자가 임직원 임금을 모두 동결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SK이노베이션 등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정유화학업체들도 잇따라 임금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인력 감축도 끊이지 않고 있다. 상당수 대기업들은 불황을 이겨내기 위한 명분을 앞세워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저금리, 투자인구 감소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1년 71만8459명에 달하던 금융업계 종사자 수는 2013년 70만421명으로 2년새 1만8000명 정도가 줄었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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