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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2004년 오세훈法을 기억하십니까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03 17:06

수정 2015.03.03 17:06

[차장칼럼] 2004년 오세훈法을 기억하십니까

반부패와 청렴을 골자로 한 김영란법이 우리 사회에 몰고 올 후폭풍을 놓고 찬반 양론이 분분하다. 과잉입법이자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과 소비위축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김영란법을 반대하는 주된 목소리다. 반면 김영란법을 계기로 비효율적인 접대 청탁문화가 개선돼 투명사회 도래를 앞당길 것이란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대 변화에 맞게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론이 기존 관행유지 입장을 압도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김영란법이 시행도 되기 전에 벌써부터 앞으로 전개될 부작용과 더불어 개정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존 관행에 젖어 있는 기득권자들의 최후의 저항이라고 꼬집을 수 있겠다.
그러나 김영란법이 시대정신을 담아 선명성을 담보했더라도 앞으로 적용 과정을 거치면서 개정의 파고를 맞을 운명도 부정할 순 없다.

오세훈법이 바로 그랬다. 2004년 통과된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일명 '오세훈법'으로 불린다. 기업 등 법인의 정치후원금 금지와 '물먹는 하마'로 불린 지구당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오세훈법 통과를 앞두고 난리가 났다. 불투명한 정치자금 사용을 차단하고 깨끗하고 투명한 선거문화를 만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법이 통과될 경우 기업활동과 소비시장 위축 및 '걸면 다 걸리는' 과잉입법 우려가 팽배했다.

11년 전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오세훈법 논쟁과 오늘날 김영란법 공방이 쌍둥이처럼 어쩜 이리 닮았을까. 실제로 오세훈법은 기대했던 순기능과 우려했던 역기능을 모두 드러냈다. 우선 기업활동이나 소비시장 위축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점을 오세훈법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반짝' 위축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시대변화에 맞게 기업이나 소비방식도 자연스럽게 변화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국회도 당시에 비해 오히려 더욱 잘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피할 순 없었다. 1억5000만원으로 후원금 한도를 설정해 현실적으로 정치인의 정치자금 부족 문제를 낳았으며 이에 따라 후원금 쪼개기와 출판기념회를 통한 후원금 보전이라는 음성시장을 잉태한 게 대표적이다. 지구당 폐지도 돈정치 폐단을 막았지만 파행적 정당 운영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급기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구당 부활, 법인 단체의 선관위 기탁 허용, 후원금 모금한도 상향 조정 등 오세훈법과 배치되는 개정의견을 내놨다.


김영란법을 둘러싼 논쟁거리들도 앞으로 수술대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오세훈법의 교훈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과거 논쟁과 앞으로 벌어질 걱정은 접어두고 김영란법 국회 본회의 통과라는 역사적 시점에 딱 한 가지만 생각해보자. 오세훈법을 계기로 어쨌든 여의도에서 스스럼없이 오가던 돈뭉치와 사과상자 전달 관행은 거의 사라졌고, 과거 정치인들은 이를 추억으로 기억하는 반면 이후 세대는 비정상으로 간주한다.


김영란법의 향후 평가는 결국 기존 관행에 익숙했던 일부 기득권층이 주어진 유예기간에 귀찮은 적응에 성공하느냐에 달렸을 뿐이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정치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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