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리퍼트 미국대사 피습… 대미 외교 역량 중요한 시험대

윤정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05 11:20

수정 2015.03.05 11:20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괴한의 피습을 받았다. 리퍼트 주한 대사의 피습은 건국 이래 최초로 발생한 주한 미국 대사 피습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 당국도 한미동맹 중요성을 감안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특히 미 국무부 웬디 셔먼 차관의 동북아 역사 문제 발언 논란 등 미국과 관련해 민감한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피습 사건으로 한미 관계에 금이 가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주변국과의 마찰이 쟁점으로 떠오를 때마다 등장하는 극단주의자들의 움직임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적의도 테러? 우발적 돌출행동?

주한 미국 대사인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은 5일 오전 7시 42분께 발생했다.
리퍼트 대사는 서울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리는 조찬 강연회에 참석 중 괴한에게 공격을 받아 얼굴에 상처를 입고 급히 병원으로 후송됐다.

리퍼트 대사는 이번 피습으로 오른쪽 얼굴, 손목 등을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퍼트 대사는 부상을 당한 후 강북삼성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고 있다.

괴한은 리퍼트 대사에게 갑자기 접근해 흉기로 얼굴에 공격을 가했다. 괴한은 리퍼트 대사를 공격하면서 "전쟁훈련 반대"라고 외쳤다.

외교 당국은 이번 사건의 성격을 감안, 공식으로는 정치적인 해석을 삼가는 분위기다. 미 국무부 웬디 셔먼 차관의 동북아 역사 문제 발언 논란 등 미국과 관련해 민감한 상황에서 발생한데 따른 것이다. 또한 일부 극단주의자의 동출행동이 자칫 한국내 반미주의으로 이어질 경우 한미동맹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편, 현장에서 체포된 괴한은 진보성향 문화운동 단체인 우리마당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지난 2010년 7월 주한 일본대사에게 콘크리트 조각을 던진 혐의(외국사절 폭행)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받은 바 있다.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

정부 당국은 무엇보다 이번 사태의 진상파악과 배후규명을 철저히 하는 동시에 이번 사안이 자칫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재가 되지않도록 미국측에 대한 외교적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름께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발생한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은 어떤 형태로든 한미 관계는 물론 동북아시아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는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에 대한 가해 행위가 발생한 데 대해 충격을 금치 못하며 이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외교사절에 대한 이러한 가해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으며, 특히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의 대사에 대해 자행되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도 "우리는 이 같은 폭력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국은 이번 사건을 통해 셔먼 차관의 동북아 역사 문제 발언 논란 등 과거사라는 복잡한 이슈에서 한 발짝 비켜서게 됐다. 또한 우리나라는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미국이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일본을 상대로 확실하게 영항력을 행사하도록 압박하는데 다소 불편한 상황에 놓였다.

한 외교 전문가는 "이번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감안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사안"이라며 "특히 '셔먼 발언' 논란 등 미국과 관련해 민감한 상황에서 발생하면서 우리의 대미 외교 역량이 중요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종의 우발사태로 보고 한국정부로서는 진심으로 유감을 표명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며 "사건 이후 한미관계를 어떻게 끌어나가느냐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피습사건 총리실 주관 대처

이번 피습 사건 관련, 정부는 총리실 주관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사건에 대해 최민호 총리 비서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리퍼트 대사 치료에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또한 조태용 외교부 1차관에게 "미국 정부측에 현 상황을 신속히 설명하고 미국과 협력관계에 문제가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총리실이 전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 사건과 관련해 긴급 차관회의를 소집했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리는 이날 회의에는 행정자치·외교·법무부 차관, 국민안전처 차장, 경찰청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정부는 회의에서 사건의 진상 파악과 배후 규명에 나서는 한편 미국 정부측에 상황을 설명하고 후속조치에 대해 협력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주한 미대사관을 비롯해 주한 외교사절의 신변보호와 외교시설의 경계강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한편, 키 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 등 한미 연합훈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날 "한미 연합훈련(키 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연합사와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일부터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한미 연합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시작했다.
키 리졸브 연습은 13일까지 진행되며 독수리 훈련은 다음 달 24일까지 계속된다. yoon@fnnews.com 윤정남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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