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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물류의 트렌드 변화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05 17:01

수정 2015.03.05 17:01

[여의나루] 물류의 트렌드 변화

올해 설 대목에 가장 바쁘게 움직였던 분야가 택배를 포함한 다양한 물건을 배송하는 물류사업이었다. 물류는 필요한 물품을 가장 적은 경비를 들여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원하는 장소에 때맞춰 보낼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활동이다.

일찍이 군사과학의 한 분야인 병참술(logistics)에서 비롯됐다. 군사요원의 이동과 철수, 군수물자의 보급, 시설의 건설과 운용 등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고 경영하는 과정에서 생긴 노하우가 물류라는 이름으로 기업 활동에 도입된 것이다. 꾸준한 발전과정을 거치며 신속, 정확, 최소비용이 물류의 생명이었으나 디지털에서 스마트로 이어지는 최근의 트렌드는 상상을 넘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물류 전문가들과 함께 일본을 방문했을 때 한 물류센터에서 의외의 요청을 받았다.
건물 내부로 들어갈 때 실내화를 신어달라는 것이었다. 보통 물류창고는 화물이 여기저기 쌓여 있고 소음과 먼지가 많은 공간인데 왜 실내화로 갈아 신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서니 먼지는커녕 공기도 쾌적하고 통풍과 환기 등 환경관리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또 다른 대형 택배회사의 깔끔하게 디자인된 외관은 마치 쇼핑몰을 연상시켰고, 진입로에는 공원이 조성돼 주민들이 자유롭게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관람객 전용 투어 코스를 마련해 일반 고객과의 친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었다. 센터의 운영시스템은 더욱 놀라웠다. 시간당 4만8000개의 화물을 분류하는 자동화 컨베이어는 속도가 사람의 달리기보다도 빨랐고, 이동하는 물건 사이사이로 새로 입고된 화물이 자동으로 끼어드는 것을 보니 그 정확성은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특히 센터 내에는 작업자가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통합관제실에서만 전체 작업과정을 모니터링하는 몇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물류센터의 기본기능으로 갖추고 있는 집하 및 배송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전국 각 지역마다 사후관리(AS)센터를 운영하기가 부담스러운 중소 규모 전자회사와 계약을 맺고 수리가 필요한 제품을 직접 수거해 수리한 후 고객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세척과 보관이 어려운 병원의 집기들도 관리를 대행하고, 심지어 고객들로부터 의뢰받은 문서를 직접 인쇄해 배송해주는 인쇄 서비스도 겸하고 있었다.

이처럼 지저분하고 시끄럽고 안전하지 못해 호감이 덜 가는 분야로 인식됐던 물류시설들이 고객은 물론 이웃 주민과도 소통하며 청결하고 편리한 시설로 변신하고 있었다. 또한 종래의 단순한 보관서비스 영역을 벗어나 기존 물류기능을 중심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덧붙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었다.

이러한 최근의 트렌드 변화를 보면 앞으로 우리의 물류시설도 효율성 제고와 함께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지역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생활친화적인 공간, 즉 물류공원(Logis-park)으로 탈바꿈돼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비즈니스의 지원자로서 1차적인 보조기능만을 담당해온 물류가 이제는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가치창출의 원천(Value Creator)으로 발전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항상 다가오는 내일의 변화를 미리 예견해 앞서 가는 집단만이 인류의 문명을 선도하였던' 역사의 가르침을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물류의 트렌드를 직시하고 새로운 변화에 앞서 나가려면 기존 물류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변화를 위한 산·학·연·관의 어우러진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마침 경기 이천 덕평에 아시아 최대의 물류단지가 건설되고 있다.
수년 내 스마트시대의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등장하고 물류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쏟아져 우리 경제에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견인차가 탄생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성진 전 한경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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